운전면허를 갓 취득한 96년은 저에게 첫사랑의 추억이 서려있는 한 해였습니다.
제 소유는 아니었지만 저에게 첫차의 기쁨을 안겨준 차종은 바로 티코.
수동이 아닌 오토라는 점과 자주색 컬러만 빼고는 그녀와의 야간데이트시 훌륭한
콕핏과 드라이빙을 선사해 주었죠.

우리는 항상 저녁에 만나 이곳저곳 많이도 돌아다녔는데 사고는 야간떡볶이를 먹기위한
신당동 행 경인고속도로에서 일어났습니다. 예신이 있긴 했지만 무턱대도 고속도로에
진입한게 화근이었습니다. 차량소통은 거의 없고 우리의 티코는 한계속도로 1차선을 달리고
있었는데 순간 악셀반응이 희미해집니다. 급기야 미처 감속도 못한 채 악셀반응이 끊어졌다
붙었다를 반복, 게다가 뒤이어 오는 차량이 많아집니다. 하지만 차량의 이상을 당시
여친에게는 고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엔진이 좀 과열된듯하니 갓길에 세우고 쉬었다가자고
제안하는 척.
그나저나 갓길로 안전하게 차량을 이동하는게 관건이었습니다.
이미 기어는 'N'으로, 관성에 의한 속도는 평소 브레이크 제동거리만큼이나 짧게만
느껴집니다. 총알택시 한대가 2차선을로 쏜살처럼 추월해간 후 재빠르게 차선변경,
좀 과격했는지 3차선을 크루징하던 덤프가 경적을 울립니다. 가슴은 철렁,식은땀은 삐질,
표정관리안되고 여친이 걱정을 합니다.  2차선에서 갓길까지는 덤프뒤로 순간이동.후~

삐삐칠 수도 없는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키off한채 대책없이 티코의 후드만 열어놓았습니다.
(여친에게는 과열이라고 했으므로)
15분쯤 여친과 보름달을 보며 이런저런 얘기하다보니 배고프다고 빨리 가자십니다.
이상이 발견된 이상 돌아와야 했지만 다시 시동이 걸리자 우리는 신당동까지 가서 떡복기도
먹고 오다가 강변공원도 들러서 바람도 쏘이고 다시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왔습니다.
여친을 귀가시킨 후 돌아오는 길 티고가 말하는 듯 합니다. 이제는 더 이상 못 갈것같다고.
그날 우리의 티코는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노숙을 해야했고, 택시비 없던 나는 자고있던
누나를 깨워야 했습니다.
다음날 본 차주였던 분(지금의 매형)이 제너레이터 이상으로 교체 후 그 문제는
해결되었습니다.

저의 카라이프중 연료가 바닥난 걸 제외하면 유일무이한 사건입니다.
오늘은 그녀가 생각 나 소주한잔 해야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