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I 2007년 8월호에서 번역입니다.  시미즈 카즈오씨.  운전의 즐거움, 드라이빙 하이에 관한 특집 기사중에서 하나입니다.   블로그에 간만에 올린 글인데...   한번 보시라고 올립니다. ^^;
일본어 번역이라 고유명사나 말이 좀 이상할 수도 있는데 양해 부탁드립니다.


프로페셔널 드라이버의 'Driving Hi'
고통에서 도망치기 위해서인지, 알지 못하는 사이에 큰소리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여기에 한장의 사진이 있다.  지금보다 아주 조금 젊은 내가, 멋적게 승리의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진이다.  장소는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

아주 오래전의 일과도 같이 느껴지기도 하고, 극히 최근의 일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 임프레자로 타임 어택을 했던 때였으니 3년전, 2004년의 사진이다.  계절은?

오전 5시부터 점유주행이었는데도 밝은걸 보면 여름이었을 것이다.

드라이빙 하이를 프로페셔널 드라이버의 입장에서 생각하는데 있어서, 그 날에 일어났던 일들을 다시 한번 되돌려보고 싶다.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짐을 정리하고 잠든다.

뉘르부루크링 서킷에 인접한 서킷 호텔.  주변에는 유흥시설이 전혀 없어서 밤은 조용하게 지나간다.  다음날의 저녁무렵 5시부터 임프레자 WRX STi의 타임어텍을 앞두고서, 하지만 흥분되지는 않는다.  걱정인 것은 날씨 뿐이다.

방에 혼자서 내일의 타임어텍을 시뮬레이트해본다.  1바퀴 약 20km의 뉘르부루크링 북쪽 코스, 세팅을 한 시점에서 8분 4초, 5초는 꾸준히 나오고 있었다.  안전하게 머신을 다듬어 나간다면 8분을 끊는 것이 가능할 지도 모른다.

단, 200개나 되는 코너 중 195여곳은 거의 한계까지 공략했다.  이곳에서는 이 이상 타임을 줄일 수 없다.  타임 업을 기대할 수 있는것은 아직 95~96%밖에 공략하지 못한 5개의 초고속 코너 뿐이다.  그래서 남은 5개의 코너의 주행만을 생각한다.

특히 난관인것이 스타트한 후 2km의 지점에 있는 Flugplatz.  240km/h에서 아주 조금만 속도를 떨어트려 진입한다.  초고속 우측코너이다.  이 코너를 능숙하게 빠져나가면 그 후에 이어지는 완만한 다운힐에서 스피드를 낼 수 있다.  그래서 FLugplatz를 잘 클리어하면 2초는 단축할 수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기합과 근성으론 타임은 나오지 않는다.  데이터 로거가 찍어낸 숫자를 냉정히 읽는다.  그러자 240km/h에서 엑셀 오프, 그리고 아주 약한 브레이크, 진입속도는 215km/h까지 떨어져 있다.

안돼, 여기는 220km/h로 진입할 수 이을것이다.  220로 진입하는 방법을 생각해본다.  브레이킹을 조금 더 늦춰볼까?  아니, 브레이크는 밟지 않고 악셀 오프만으로 진입하는 쪽이 빠르겠지.

215km/h까지는 시험해봤지만 220km/h는 미체험 영역이다.  무엇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게다가 Flugplaz의 재가속구간은 차폭이 12m 정도로 상당히 좁다.  160km/h정도라면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제어할 자신이 있지만 220라면 자신이 없다.

이전 뉘르에서의 레이스 중에 본 광경이 머리에 떠오른다.  처음에 코스 위에서 본 것은 범퍼와 타이어였다.  그 후에 휠이 눈에 날라들어오고, 이어서 서스팬션 시스템을 발견했다.  그리고 조금 걸어간 후 숲속에서 찌그러진 BMW의 캐빈이 있었다.  그것은 추락한 비행기처럼 비참한 모습이었다.

200km/h 이상의 스피드에서 무슨 일이 생긴다면 최소한이라도 정신을 잃고 병원에 실려갈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뉘르의 타임어텍 전에는 항상 하던 것 처럼, 누구에게든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속옷을 깨끗히 세탁하고 짐을 정리한다.  지금까지 몇십년동안 이 직업을 해오면서, 실력이 좋은 동료들의 죽음을 접해왔다.  아무리 안전에 신경을 쓴다고 해도 러시안 룰렛의 요소가 있다.  이번은 내차례일지도 모른다.

원래부터 술을 좋아하지 않기는 하지만, 이런 때에도 술을 마시지 않고 푹 잘 수 있다는 것은 생각해 보면 신기한 일이다.


자신의 로직, 경험을 넘어선 영역에서의 드라이브

아침, 눈을 뜨곤 커텐을 연다.  좋았어.  비의 걱정은 없는 듯 하다.  식욕이 없다...는것은 거짓말이고, 아침도 점심도 보통대로 먹는다.

스바루가 점유하고 있을 시간은 오후 5시부터 6시까지의 1시간.  역시 오후 3시가 지난 즈음엔 마음이 진정 되지 않는다.  빨리 시작하자, 라고 생각한 다음 순간에 큰 비나 큰 지진으로 중지가 되는 것을 상상하본다든가.

드디어 5시.  스바루의 스탭이 한바퀴를 돌아보고 코스위가 드라이한가, 오일이 없는가를 점검해준다.  올 그린.  뉘르의 타임어텍은 스탠딩 스타트로 정해져있기 때문에, 스타트 지점에 스탑워치를 쥔 관계자가 모여든다.  압박감이 다가온다.

뉘르를 달리기 전에는 마물을 퇴치하러 가는 드한 기분이 든다.  뉘르부르크성에는 마물, 악마가 깃들어 있는 것이다.  이건 결코 허풍이 아니다.

R32 스카이라인 GT-R의 테스트때는 악셀 페달이 전개에서부터 돌아오지 않게 된 일이 있었다.  주행중에 펜 벨트가 끊어져서 엔진이 정지, 하이캐스가 역위치, 즉 초 오버스티어 상태에 고정되어버린 일도 있었다.  자동차나 타이어의 테스트로 지금까지 3000랩 이상 달려보았지만, ABS가 이상을 일으켜 1초에 90도나 회전한다는 경이적인 요 모멘트를 검출해낸다든가, 230km/h에서 브레이크가 한쪽만 작동해서 완전히 옆을 향한다든가, 가혹한 조건이 믿기 어려운 사태를 유발해낸다.  게다가 뉘르의 이스케이프존은 엄살이 아니고 손톱만큼(원문에서는 고양이의 뺨정도)밖에 없다.  뉘르에서의 테스트와 비교하면 국내 서킷이나 테스트코스에서의 주행은 언니들의 배구시합같은 것이다.

와바바바바바방~!  수평대향엔진에 브리핑을 걸어주자, 그런 잡생각들이 일순에 날라가버린다.  5000rpm까지 회전을 올려, 스타트 싸인과 동시에 클러치를 연결한다.  1바퀴만 견뎌준다면 클러치따윈 부서져버려도 괜찮다.

한바퀴?  그렇다.  기회는 한번뿐.  오일 쿨러, 타이어, 브레이크, 여러가지 컨디션을 생각하면 단판승부다.  그래서 점유시간따위는 사실 10분이면 충분하다.

클러치를 연결하여 로케트 스타트, 타이어가 1회전한 그 순간 모든 중압에서부터 해방되어진다.  이젠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다.  이후론 자신과 머신간에 완벽한 세계를 쌓아나가는 것 뿐이다.

문제의 Flugplatz까지 2km, 타이어의 상태를 파악한다.  로지컬하게 분석하여 달리는 나의 스타일이라면 드라이버의 컨디션의 좋고 나쁘고의 차이는 거의 없다.  걱정이 되는 것은 타이어의 상태 뿐이다.  아직 수제작 부품이 많기 때문에 때론 어긋날 때가 있다.  다행히 타이어가 좋은 상태로 온도를 올려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Flugplatz에 가까이 가면서 께림직한 기분이 밀려든다. 하지만 도전하지 않으면 안된다.  전날밤에 시뮬레이트 한 대로, 조금 전에서 악셀 오프, 노 브레이크로 진입한다.  220km/h에서 보는 광경은 215km/h와는 전혀 틀리다.  언제나보다 진입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스티어링을 의식하여 조금 빠른 타이밍에 꺾기 시작한다. 코너가 오기 전에 '예측'하여 스티어링을 꺾는 것에 의해 거대한 저항감을 느낀다.  자신이 수십년간 걸쳐 쌓아 올린 로직이나 경험, 기술이나 이성을 넘는 영역에서의 조향.  자신의 상식으론 있을 수 없는 타이밍에 스티어링을 조작하는 것이 얼마만큼 고통스러운 일인가.  그리고 그 고통에서 도망쳐나가기 위해서인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큰 목소리로 무언가를 소리지르고 있었다---.

이 상태는 드라이빙 하이인가?  그럴 리가 없다.  자신을 갖지 못한 상태로 스티어링을 조작하는데 즐거울 리가 없다.

정직하게 말하자.  나는 레이스나 타임 어텍 도중에 쾌감을 느낀 일이 없다.

자동차 전문지에는 '스포츠카의 쾌감'이라고 적혀있지만, 서킷에서 느끼는 것은 고통 뿐이다.  자동차의 상태가 좋아서 폴 포지션을 획득하면 태풍이 와서 결승전을 중지시켜주지 않을까 하고 기원하기도 하고, 타임이 나오지 않으면 위가 뒤틀려진다.  자동차 전문지에서 종종 보이는 '코너를 공략한다' 라는 표현도, 나의 경우에는 정확하지 않다.  공략하는것이 아닌, 그렇게 되어야만 할, 논리적으로 올바른 조작을 정확하게 행하는 것 뿐이니까.


감정이 고조된 것은 극히 일순간뿐이었다.

Flugplatz의 재가속, 언제나보다 엔진 회전이 300rpm 높다.  성공!   하지만 달성감은 없다.  역으로 실패할 수 없다는 프레셔가 더욱 무겁게 밀려온다.

남은 4개의 난관도 99점을 연발하며 클리어.  보통은 메르세데스의 E클래스에 타고, 공도에서는 4 matic과 ESP에 의지하여 자신의 운을 쓰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그래서 행운에 의지하고 싶은 이런 상황에선 천사가 내려와준다.

마지막의 2km에 이르는 스트레이트, 길의 요철을 밟지 않게끔 양호한 노면을 골라 달린다.  뒷바람이 불어주기만을 기원하며 달린다.

그리고 골인.  피트에 돌아와서 보니 7분 59초.  하지만 여기에 와서도 쾌감이 머리속을 꿰뚫어 지나간다, 라는 일은 없다.  다만 멍한 상태, 그것이 솔직한 기분이다.

함께 수고한 엔지니어가 감격의 눈물을 흘리려 하는 것을 보고, 조금은 감정에 휩싸인다.  그렇지, 1993년에 처음 임프레자를 뉘르에서 주행시켰을 때엔 8초를 끊는다는 것은 꿈에서조차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지.

하지만 감정이 고조된 것은 그 일순간 뿐.  곧 '55초는 나올지도 모르겠네' 라고 생각을 바꿔버린다.  손목시계를 보니 오후 6시.  그렇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을 오후 8시 50분에 떠나는 JAL을 예약해놓았었다.  보통때 처럼 직접 자동차를 운전하여 아우토반을 달려 공항까지 약 1시간 반.  JAL편에 타 앉으면 객실 승무원의 미소가 나를 맞이해준다.  파워북을 열고 'NAVI'의 원고 작업에 들어갔다---.

드라이빙 하이의 이야기인데도 차분하군, 이라고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이 직업 드라이버의 진짜 모습이다.  나에게 있어서 훌륭한 스포츠카로 하코네를 드라이브 하는 것은 즐겁다.  하지만, 서킷에서는 쾌감을 얻을 수 없다.

그렇더라도 어째서, 죽음을 각오하면서도 악셀을 밟는 것일까.  이유는 나 자신도 잘 알 수 없다.  분명히 돈과 명예를 위해 엑셀을 밟아온 젊은 날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뉘르에서의 타임이 2초 느렸다고 하더라도 내일의 식사를 하는데 어려워하진 않을것이다.  그런데, 자살을 원하는 것일 리도 없는 데, 타나토스(죽음의 본능)와는 전혀 무관한 인간인데도 생사의 경지 아슬아슬한 곳에 가버린다.

요는, 지고싶지 않은 것이다.  이길 자신도 있다.  그것은 드라이빙의 쾌감이라기 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테스크(임무)를 수행할 사명감일 것이다.  결국, 직업 드라이버의 드라이빙 하이는 과정에는 없는, 기대에 응하는 결과에만 있는 것 뿐일지도 모른다.

또, 뉘르부르크링이라는 코스의 깊이가, 나의 혼의 깊은 부분에 호소해 오는 것도 악셀을 전개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여기를 달릴 때 마다, 항상 마음이 정화되어지는 느낌이 든다.  나는 타임 어텍을 의뢰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설사 일당 5천엔이더라도 뉘르를 달릴 것이다.  그렇다, 나는 뉘르에게 지고싶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F1에서 뉘르를 달려 7분을 끊은 니키 라우더를 떠올려보면 8분 정도로 호들갑을 떨며 승리의 포즈를 취하는 것은 너무 보기 흉하다.  그래서 솔직히 기뻐하지 못하고 냉정하게 되어버린다.

드라이빙 하이를 말하는 것에 있어서, 레이싱 드라이버라는 인종이 가장 어울리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