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를 헤아려보니 지금까지 11대의 차를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팔면서 별 생각이 들지 않은 차도 있었고, 속 시원하다고 생각한 차도 있었습니다. 물론 팔면서 섭섭하기도 하고, 허전해 지기도 나중에 계속 생각이 나는 차들도 있었죠.

 

대학원 진학을 위해 미국으로 다시 건너오면서 인연을 맺은 ISF를 오늘 한국으로 보냈습니다. 당연히 한국에서도 계속 타기 위해서 보냈습니다만, 특히나 좋아하던 FD3S RX-7이나 E39 M5를 팔았을 때와 똑같이 이렇게 기분이 허전하고, 아쉽고, 그리운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약 두 달 뒤에면 다시 만나게 되겠지만..

 

제가 지금 살고 있는 필라델피아에서 컨테이너가 위치한 뉴저지 창고까지 어떻게 갈까 고민하다가, 돌아오는 편의도 고려해서 견인을 해 가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다행히 ISF가 없는 약 한 달을 위해 GMC 유콘을 빌려놓았기 때문에 견인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차를 트레일러에 올려놓고 보니까 운전석 문이 열리지 않아서 창문으로 비집고 나와야 했습니다. 100kg에 가까운 무거운 몸뚱이를 이리저리 비트니 지금에 와서 여기저기가 쑤시는군요.

 

 

바퀴도 잘 싸메고, 체인으로 하체도 고정시키고.. 견인은 처음이라 좀 걱정 했었는데, 전날 밤 U-Haul 웹사이트에서 트레일러에 차 올리는 방법 등의 동영상을 보고나니 생각보니 쉽게 할 수 있었습니다. 트레일러를 매단채 후진하는 것도 아~주 재미있더군요.

 

 

백밀러로 보면 바로 뒤에 껌붙어 있듯이 차가 보입니다. 가끔씩 아무 생각없이 백밀러 봤다가 흠칫흠칫 놀라기도 햇네요.

 

 

워낙에 무거운 유콘인데다가 뒤에 3,700파운드 짜리 차를 매달아 놓으니 연비가 좋을리 없습니다. 고속도로에 진입하면서 가속하는데 순간 연비가 갤런당 4마일이 나옵니다. 즉, 리터 당 1.7km.... 사실 이 사진을 찍기 바로 전에는 2 mpg (0.8km / l) 였습니다. 고속도로에서 60마일 정속 주행 중에는 꾸준히 11 mpg  (4.6km / l)정도 나오더군요. 견인 하지 않을 때는 7.5km / l 정도 나옵니다.

 

 

60마일 정속 주행으로 2시간 여를 달려 창고에 도착했습니다. 아마 지금까지 살면서 고속도로에서 추월을 이렇게 많이 당한 적은 처음인 듯 합니다. 오늘 100마일 정도의 거리를 달려오면서 제가 추월한 차는 한 3대 쯤 될 겁니다. 이제 이 녀석은 저 창고 위로 올라간 후 컨테이너에 실리게 됩니다....

 

차를 내려 놓고 빈 트레일러를 끌고 집으로 돌아오니 참 가슴 속이 횡~ 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비교가 될 수 있을까마는, 아마도 군대에 자식 보내 놓은 부모의 심정이 이런 것일 듯도 하네요. 여담이지만 지금쯤 이익렬님께서는 이재욱님 편지를 받아 보셨을 때도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에휴.. 그래도 제가 군대 갈 때에는 거기 모이신 다른 부모님들이나 친구들은 걱정어린 표정, 우시는 모습이 대부분 이었는데, 저희 부모님께선 '이제 저 놈 군대가서 속 시원하구나~' 하는 발랄한 표정이셨던게 생각나는군요.  암튼, 최소한 앞으로 두 달은 시간이 빨리 가길 빌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