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회의실에서 팀미팅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브랴샤라는 이름의 아줌마가 들어오시더니 독일말로 회의중이었던 매니져들에게 가용한 차가 있는지 물어보더군요.

앤드류가 R32를 현재 타고 있기 때문에 내차 타고 가라고 하며 키를 건네주자 아줌마가 혹시 수동 맞냐고 물어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DSG니 자동이라고 했더니 자동은 안된다고 혹시 수동 회사차 가진 사람없냐고 물어보더군요.

마침 회의중인 사람중에서 수동 회사차를 타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R32를 가진 매니져들이 모두 DSG 사양이었지요.
참고로 저희 회사 특정 지위 이상의 매니져들은 규정상 3개월마다 회사차를 바꿉니다.

그들이 시스템에서 선택할 수 있는 차는 시장에서 수요가 많지 않은 것 밖에 없어 R32같이 수동이 절대적으로 많이 팔리는 차는 시스템에서 수동의 오더를 아예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R32를 타고 싶어하는 매니져들이 할 수 없이 DSG밖에 선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차는 렌트카 소속이라 빌려줄 수 없었구요.

결국은 우리부서에서는 차를 빌리지 못하고 다른 곳에서 차를 빌려서 갔는데, 며칠 전 그 아줌마가 Polo GTI Cup 180마력 사양을 유유히 몰면서 귀가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독일에서는 여성들 모두 수동으로 운전을 배우고 면허를 따며 거의 죽을 때까지 수동을 운전합니다.
때문에 우리눈에는 이상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자동변속기를 운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기능적으로는 훨씬 쉽지만 왼발을 통제하지 못해서 패달 두개 있는 차에 거부감을 가지는 경우이지요.

그래서 중고차나 신차를 시승하러갈 때 시승차가 자동변속기 사양이면 반드시 자동변속기도 괜찮냐고 물어보는 경우를 저도 몇차례 경험했습니다.

이제 제 아내도 독일 여인들 못지 않게 수동을 잘 다루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아시아나 북미에서 온 여인들은 독일에서 차를 빌리면 난처한 경우가 많이 생기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이제 제 아내는 포르쉐 매장에 가면 내가 사주기만 한다면 수동 포르쉐 몰 용의가 있다고 말합니다.
140마력에서 420마력까지 경험해본 아내의 수동 경력도 제법 화려해진 것이 사실입니다.

테스트 드라이브때 준비되는 차들도 거의 대부분 수동변속기이니 무슨 이벤트때가 되면 수동을 몰지 못하는 여성들은 동승밖에 안되는 안타까움이 있지요.

독일의 대도시의 교통 사정 서울의 만성정체보다 약간은 나은 편이지만 여전히 가다서다를 많이 반복하는 여건상 절대적으로 주행거리 대비 클러치를 밟고 떼는 동작이 적지는 않다는 차원에서 봤을 때 우리나라의 자동변속기 보급이 급속도로 번져나간 것과 유럽의 아주 더딘 자동변속기 보급율 증가속도는 대조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얼마전 한국친구가 A4 카브리오레를 처분할 때 자동변속기여서 무지 고생했던 경우를 보더라도 확실히 다른 기호와 취향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모두가 인정하는 운전재미와 배기량이 작은 경우 월등한 시가지 연비를 생각하면 한국에서 급속도로 사라져가는 수동변속기의 존재가 사수되었으면 하는 바램 간절합니다.

-test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