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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평 폐차장 골목은 20년째 다니는 곳이라 너무나 빠삭하게 잘 아는 동네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온갖 말도 안되는 부품들을 그리고 말도 안되는 사이즈의 타이어들을 구하기 위해 헤매고 다닌 기억이 저에게는 아주 좋은 경험이며, 지금도 가끔 가서 단골 타이어 가게 사장님과 맛이 죽여주는 백반을 먹곤 합니다.

아무튼 저에게 장안평의 골목골목은 언제든지 가서 한 두어시간 놀다 올 수 있는 그런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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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 주말 지나가다 들른 단골 타이어 가게에 W140 S600을 세워두고 있는데, 중년 아저씨 두분이 오셔서 차를 뚫어져라 보고 계시더군요.

약간 먼발치에서 그 광경을 보고 있었는데, 저를 한번 보시더니 안을 한번 봐도 되냐고 하셔서 그러라고 했습니다.

정식으로 8대만 들여온 97년식 S600은 당시 IMF를 맞이하기 직전이어서 더욱 더 VVIP의 손에 쥐어진 왠만한 아파트 한채 값의 그런 존재감을 가졌던 차입니다.


정식 버젼을 제가 두대를 가지고 있는데 아래 사진의 그중 한대는 제가 일년반째 복원 중인데, 기계적으로는 완벽한 상태이고 몇가지 디테일한 부분을 손보는 중입니다.


아무튼 그 신사분들은 타이어 가게 건너편 중고 라이트를 취급하는 곳의 사장님외 한분이셨는데, 자기들끼리 뭐라뭐라 소근 거리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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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 가게 사장님도 W140세워두면 아마 건너에서 그분들이 오셔서 이것저것 물어볼거라고 하셨는데, 바로 그렇게 된 것입니다.


제가 건너의 500타시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해서 차좀 구경하자 했습니다.

36만킬로 정도 탔는데, 29만때인가 엔진을 오버홀 했다고 하더군요. 실내도 그렇고 대강 보면 감이 있는데, 관리를 잘했고, 본인이 S500을 두대 가지고 있는데, 한대는 강원도에서 사모님이 타신다고 합니다.


한 15분 정도 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제가 W140의 골수 열혈 매니어 중년분들을 몇분 아는데, 이분들의 차에 대한 철학은 그 어떤 브랜드의 어떤 모델을 타시는 타 아저씨들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항상 공감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만 W140매니어분들이 이야기의 서두에 공통적으로 던지는 말은 S220과 S221모두 쓰레기라는 표현들을 합니다.


어떤 모델들이나 구형에 심취해 있는 분들은 신형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자기와 동질감이 있다고 느끼는 상대방에 대해 안심을 하는 순간 신형을 험담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자연스럽고 비단

W140에만 있는 해프닝도 아닙니다.


W140을 타다가 W220을 포함 이후 모델들을 타보면 S+를 몰다가 S-를 모는 느낌이 들긴 합니다.

기함의 느낌으로서 W140과 같은 느낌을 갖기가 어렵고, 차가 워낙 견고하게 만들어져 있고, 의외로 고장이 없는 것이 독일차의 장점을 실제로 모두 가지고 있는 차이기도 합니다.


이분들과의 대화는 즐거웠습니다.

W140의 장점에 대해 아주 잘 알고 계셨고, 기계적으로 상당한 수준으로 차를 복원해서 타는 재미와 의미를 잘 알고 계셨습니다.


제입장에선 그 확신과 철학에 대한 존중도 물론 있거니와 세월과 함께 하면서 그 시절 낭만이 현재를 관통해 미래로 이어지는 과정속에서도 희석되지 않는 그 무엇에 대해 깊은 애착을 가진다는 것...

저역시 200% 공감이 가는 그런 감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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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들을 만나 좋은 이야기를 나눈 후 애마에 대한 애착은 급속도로 증폭됩니다.

그래서 꼭 이런 날 사진을 찍게 됩니다.

W140이 무지 큰 차이기는 하지만 16인치 휠이 어떨때 보면 그렇게 작아보이지 않는 요인중 하나가 앞휀더에서 본넷까지의 높이가 아주 낮습니다.

정말 앞으로 꽂힐 것 같이 본넷의 기울기가 절묘한 비례감을 주는데, 단순하지만 확실한 캐릭터 라인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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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램프의 디자인도 W124와 일맥상통하는데가 있어 단단한 자존심 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한대를 완성하고 또 다른 두대를 복원하면서 W140 S600에 있어서만큼은 이미 상당한 전문가의 대열에 들어섰다고 자부할 정도로 이 차의 깊숙한 곳까지 샅샅이 직접 경험하고 엔지니어링의 참맛과 기함을 만들 수 있는 브랜드의 자부심을 느낍니다.


-testdr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