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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캐나다 회원 양우람입니다.
드디어 르망 24시간의 리뷰를 쓰게 되었네요. 제 글이 그 감흥을 얼마나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지만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사실 경기 내용 자체에 대한 리뷰는 이미 몇몇 블로거 분들이 써주셨지요.
르망 24시간에 대해 잘 모르시거나, 이번 경기 내용에 대한 리뷰를 보실려면,
시간이 되신다면 저 두 글을 보시면 저는 찍을 수 없었던 양질의 사진과 자세한 경기 분석을 보실 수 있습니다.
(저는 해당 블로거와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좀 다른 각도로 리뷰를 하고싶습니다.
"일반 레이스=>머쉰들과 드라이버들의 경쟁" 이라면, "르망 내구레이스=>온갖 사람들과 온갖 자동차들이 모여 즐기는 축제"
라는 관점에서 제가 실제 현장에서 느꼈던 것들을 공유해보려고합니다.
사실, 르망 포스터에서도 이 "르망24"가 어떤 성격의 레이스인지 보여주고있습니다.
포스터 아래에는 야간에 질주하는 프로토타입 경주차의 모습이 있지만, 위쪽 절반에는 왠 콘서트장 같은 열광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있습니다.
이 장소에 24시간동안 함께하는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것이죠. 거기에는 경주를 위해 참가한 팀들과 관중들 말고도,
그저 캠핑이 좋아서 휴가보내러 온 사람들, 그 분위기 자체에 중독된 사람들, 술 마시며 파티하러 온 사람들까지.. 정말 여러 부류가 있습니다. 모이는 차들의 종류나 가치, 규모면에 있어서도 비교불가능... 전세계의 자동차 콜렉터들과 소규모 수퍼카 제작사등...
그 모든 이들이 한 장소에, 경주가 치러지는 가운데 모이게되는 곳. 그곳이 바로 르망입니다.
(그래서 글 제목도 "그들과 함께한 24시간" 으로 정했습니다.)
그런 르망에 드디어 도착!
레이스 전날인 금요일, 샤르트 써킷에 당도한 모습입니다. 써킷의 대부분이 일반 도로여서,
경기 전날까지도 아직 교통 통제가 되지 않습니다.
내일이면 경주차들이 사력을 다해 달릴 바로 그 도로를 운전하는 기분도 참 묘하더군요.
120D의 네비 화면에 보이는 현재의 위치가 바로 써킷 북동쪽 끝에 해당하는 "테르트르 루즈" 입니다.
아래 지도와 비교가 되실려나요?
위에 빨간 점으로 표시한 곳이,, 제가 예약한 캠핑장입니다. Arnage (아네지) 캠핑장인데, 그 아래의 뮬산느 캠핑장 다음으로
그랜드스탠드에서 멀리 떨어져있죠. (그랜드스탠드는 당연히 체커플랙이 그려진 저 윗부분에 있고요)
이 캠핑장을 예약한 건 순전히 그란투리스모에서 주행시 드라이버로서 가장 힘든 곳이었기 때문인데..
결국 그 결정이 저를 실제로 힘들게 할 줄은 몰랐습니다.. 자세한 얘기는 아래 나옵니다.
어쨌건 드디어 캠핑장에 도착했습니다. 대략 이런 차들이 저를 반겨주고요.
뭐 이런 분들도 그냥 막 와계십니다.. GT40
벤틀리 오너라도 르망에서는 무조건 텐트신세!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모든 관중들은 최대 1주일간 야영을 하게됩니다.
(캠핑장 티켓이 경주가 있는 주의 월요일부터 1주일 이상 유효하거든요. 그 때부터 와서 그냥 그 분위기를 즐기는 것이죠.)
캠핑장의 위치 때문에,, 그리고 경기 전날엔 셔틀버스나 꼬마기차가 다니지 않는다는 사실에...
...이 때부터 걸었습니다...
하지만 일반 도로인데도 코너 안쪽에 연석이 깔려있는 그런 특별한 곳을, 그리고 다음날이면 역사의 현장이 될 그 도로위를 걸으며..
기대감과 감동이 고조되어갑니다. 사진은 포르쉐 커브라는 5단 고속코너입니다. (사진 가운데 보이는 도로)
이 쯤에서 동영상 하나 올려볼까요?
지나가면서 왠 사람들이 길 양편에 줄지어있고 바닥에 물을 뿌려대고있길래 ,, '뭐 사고라도 났나?' 했는데요,,
동영상을 보시면 압니당.
(리뷰에 사용할 제 동영상들 거의 모두 1080 hd 재생 가능합니다.)
그렇게 걷고 또 걸어 전철까지 타고 당도한 곳은 바로,, 드라이버 퍼레이드가 열리는 르망 시내!
이미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군요. 이거 어디 서서 구경을 하나...+_+
차 사진은 많이 안올리겠습니다. 다만 제가 느꼈던 건, '정말 나는 차를 잘 모르는구나...' 였습니다.
제가 모르는 차들이 너무 많았다는...
저 위의 사진속의 차들... 하나도 모릅니다.ㅋㅋ; 아.. 왼쪽 녀석은 존다라고 써있군요;;
제가 테.드에 소개한 적도 있는 "필로티 드라이빙 슈즈" 가 보여서 깜짝놀랐습니다.
필로티에서 스폰서하는 저 분들.. 50대 초중반의 세 분으로 구성된 팀인데요,, 오른쪽과 가운데 분이 부부입니다..
네.. 52세인 미국 아주머니께서 포드 GT를 타고 샤르트를 질주하는거죠..
더 놀라운건 저 부부가 이번 르망 첫 데뷰에서 완주를 해냈다는 사실..!
퍼레이드.. 멋진 차들도 많았고, 톰 크리스텐슨같은 유명한 드라이버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좋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건.. 너무도 장난끼있고 여유있던,, 그리고 손이 저리도록 열심히 싸인해주던 드라이버들의
모습이었습니다.
다음날 인간의 한계에 도전해야하는 사람들이... 표정좀 보세요.ㅋㅋ (저 뒤엔 준우승한 푸조 9번팀이네요)
드라이버 하나가 두 여자를 혼자 독차지하려하자 남은 둘이서 끌어내리는 장면을 연출중입니다.
이런 시간을 통해서 긴장을 풀고 레이스를 준비하는 걸까요?
어쨌거나 어디 들어가서 컨디션/체력 조절이나 할 것 같았던 제 상상속의 드라이버들의 모습과는 완전 반대였습니다.
남 녀 노 소 .. 모두가 즐거워하고, 바로 그들이 만들어가는 르망 24...
싸인을 받고있는 소년.. 옆에서들 싸인을 받아대니 저도 받고싶어지더군요. 마침 저 소년이 쓰고있는 것과 같은 미쉐린 모자를
얻었는데 불현듯 드는 생각이.. '이 모자에 아우디와 푸조 드라이버들 한 명씩만 싸인받으면 정말 좋겠다....'
였습니다. 그래서 '어디 유명한 사람 없나~~' 하고 기다리는 찰나..
범상치 않은 포스를 풍기는 드라이버가 있었는데요, 왜인지는 몰라도 "이 사람은 다르다.. 뭔가 있다..." 하는 느낌이 오더군요.
(이런게 이니셜 D에서 나오는 아우라.. 일까요? +_+)
그래서 냉큼.. 싸인받기에 성공~ 영상 위쪽에 보이는 제 모자에 사인을 마친 직후... 이건 동영상 캡쳐입니다.
그렇게 해서 위의 두 사람이 바로 제 모자에 싸인을 해주는 특권을 받게되셨습니다. ㅎㅎ;
맨위는 2번 아우디 팀의 안드레 로터러. 아래는 9번 푸조 팀의 사이먼 페지나웃.
수 백명의 드라이버들 중, 딱 두 명한테 받은 것이 어떻게 저 둘이었는지... 정말 신기한 일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번 리뷰에서....^^;
다시 써킷으로 돌아오는 길에.. 해가 아직 저물지도 않았는데 벌써 저렇습니다.
뭐 나중엔 잔디밭이고 어디고 각종 맥주병/와인병들이 즐비하게되죠.
그렇다고 행패부리는 사람은 없습니다. 단지,, 삼각팬티만 입고 망토두르고 다니던 사람은 있었는데
아쉽게도 사진을 찍을 용기가 없었어요;;ㅋㅋ
걷고 또 걷고.. 저도 저만의 내구레이스를 이미 시작하고있었습니다.
오후4시 반부터 걸었는데 퍼레이드 마치고서 걸어서 다시 캠핑장에 도착한 것이 새벽 1시경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먹은거라곤 퍼레이드에서 사먹은 하이네켄 한 잔...걷다가 중간에 한 번 주저앉았습니다 ㅡ.ㅡ;
그래도 덕분에 좋은 구경을 몇 가지 했는데요, 위의 사진은 아네지코너-포르쉐코너 사이의 스트레이트 구간에서
가드레일을 정비하던 정비차량입니다. 저 무렵엔 이미 도로가 일반인 출입금지 상태였는데..
어쩔 수 없었습니다. 다리가 터질 것 같은데 가장 빠른 길이 저기였어요...ㅜㅠ
다음날 배고픔에 분노?한 저와 제 와이프,, 뮬산느의 까르푸 마켓에서 대거 장을 봤습니다.
이제 먹을것도 풍족하겠다, 주변 지리도 익혔겠다(발품 팔아서...ㅜㅠ)~ 준비 완료~
오후 3시에 시작될 경기에 기대를 품고 그랜드스탠드로 향했습니다.
갑자기 왠 엔진 사진일까요? 경기 시작 전, 매우 특별한 행사가 있었는데요,
말로만 듣던, 게임에서만 보던 바로 그 차가 제 눈앞에서 샤르트 써킷을 세 바퀴 독주하는 것을 보게됩니다..
바로 저 엔진의 주인인데요, 어떤 엔진인지 알아보시겠습니까?
전설의 마쯔다 787B..
딱 20년 전인 1991년 르망24에 4로터 로터리엔진을 달고 나타나 1위, 6위, 8위로 골인, 세계를 놀라게한 바로 그 경주차이죠.
20주년을 맞아 경주차 뿐만 아니라 당시의 드라이버, 팀 관계자들이 르망까지 와서 기념 행사를 가졌습니다...
동영상 촬영은 빵점이지만 얼마나 흥분했는지 제가 막 소리지르고 그랬군요.. 촬영이고뭐고 다 잊게 만드는
정말 최고의 질주였습니다..
여기까지 첫 리뷰를 마칩니다. 다음번엔 본 경주와 관련된 리뷰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동영상이 많이 올라올겁니다. 기대해주세요^^
어설픈 리뷰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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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 읽었습니다 ^^
정말 부럽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저도 늙어서 집사람이랑 한번 가봐야지 생각만;;;;
단지 생각만;;; ㅠㅠㅠㅠㅠ

787B....정말..전율 스럽네요....
예전 그란4할때, 마쯔다787B와 자우버 c11 못 몰아본게
참 아쉬었었는데....ㅎㅎ
정말 대한 합니다...
닛산 R90CP 이런 모델들도 기념주행 할까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정말 꼭 한번 가보고 싶고 영암에서 열리는 F1도 저런 캠핑장 운영과 이벤트 부분에서 많이 참고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술먹고 행패 부리는 사람 없더라는거 이거 정말 대박인거 같습니다. 우린 어딜가나 큰행사가 열리는 곳이면 낮술먹고 행패 부리는 사람 꼭 한번은 목격하는데 말입니다.
놀러온차들도 모터쇼수준이네요
사진과 글 잘 보았습니다 ^^
우리나라도 저런 재미있는 레이스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돈 많이 안들이고 동네 길 막아놓고하는...)

차들 잘 모르신다는 사진...
존다 후에이라, 굼퍼트 아폴로, (어쨌든 니드포스피드 shift2의 Modern A Class) 총출동이군요.
좋은자료 잘 봤습니다

너무나 많은 분들의 성원에 다음 리뷰를 서두르게되네요+_+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재밌게들 보셨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솔직히 르망은.. 동양에서는, 그리고 (특히나 일본보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더욱) 불모지랄까요?
그렇게 먼 곳 이야기쯤으로 아직은 인식되는듯..해서 아쉬웠는데, 좀 더 많은 분들이 관심갖고 한 번씩 가보셨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실제로 르망 써킷 내에서(입장권 사야 들어가는 지역) 동양인 본 것은 2박 3일동안 딱 세 명 이었습니다.
퍼레이드에서도 2명 밖에 만나질 못했구요.. (그 많은 사람중에...)
그러고보니, 퍼레이드하던 마쯔다 관계자들을 향해 외치던 옆의 청년의 목소리가 생각납니다.
"Japon! Who are you??!"
이게 20년 만에 돌아온 마쯔다 팀이 들은 말이지요.. 아직은 동양(일본) 메이커들의 존재감은 극히 미약합니다.
저 위에 동영상을 보셔도... 787B가 지나가는데 꽤 많은 관중들은 별 관심이 없습니다.. 환호도, 박수도요.
그런 곳에 있다보니 그들(유럽인들과 서양인들)만의 놀이터인 느낌마저 들었지만, 닛산, 도요타 팀이 분전하는걸 보니
앞으로 이런 상황이 점차 바뀌게될거란걸 알 수 있었습니다.
댓글 쓰다보니 리뷰가 되어버리는군요^^;;;
전설의 질주였다고 할까요? 길고도 긴 샤르트를 질주하는 787b의 모습에서 무엇인지 모를 뜨거움을 느꼈습니다.
현장에서 그 모습을 보셨다니 정말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