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나재원님의 글을 읽고 얼마전 경험했던 눈길사고가 떠올랐습니다.

ABS유무와 안전에 관해서는 일단 '없는것 보단 낫다'는 소견입니다.

지난 1월 1일 저는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려 상행하고 있었는데 서해안쪽에 눈이 많이와서
안전운행에 만전을 기해야 했습니다. 무료하게 60km/h로 달려가는데 워낙 통행량이 적어서
살짝 속도를 가해 주행. 군산휴게소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사고현장으로 보이는
비상등과 적색후미등이 얽혀있는 광경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다중추돌같은데 언뜻보아도 5대는 넘어보여서 일단 감속하면서 다가가다가 2차선으로
변경하여 패스하려는데 사고가 지그재그형태로  난데다가 설상가상 마지막 차량은 아예 가로로 멈춘 채 블록킹을 하고 있습니다. 때아닌 슬라럼주행을 해야 한는 상황. 살짝 경사진
도로는 브레이크의 답력에 두려움을 갖게 합니다. 실로 속도계는 20~30km/h 부근이었던 것
같은데 언더스티어가 막 일어납니다. 충돌은 가까스로 모면했고 수직으로 선 마지막 차량을
갓길쪽으로 통과하는데까지 성공했으나 곧바로 갓길에 정차되어있는 차량 발견!!
순간 브레이크를 꽈~악 밝아버렸습니다.
그 차량과 거리는 불과 10미터 안팍!
내리막이어서 슬금슬금 흘러가는 내차. 그 차량의 엠블럼이 보입니다.
SAAB 9-5..
이미 속도는 없는 상황이지만 1.2톤의 내차는 그 차를 향해 속수무책 흘러갑니다.
브레이크를 해제했다가 미세조정까지 해봤지만 도리가 없습니다.
순간 나도모르게 도어를 열어서 신속히 내렸습니다. (순간 미쳤나봐요)
내리자마자 백미러와 휀더부근을 갓길 가드레일 방향으로 미친듯이 밀었습니다.
쿵~!
사브와 내차의 간격은 약 50cm, 조수석쪽 범퍼가 가드레일을 살짝 받고 섰습니다.
온몸이 두근거려 서있을 수가 없어 차에기대어 한숨을 돌렸습니다.
식은땀이 절로 나고 맥박이 상승해서 쉬이 가라앉질 않더군요.

이후 줄곧 50~60KM/h의 속도로 눈이 녹아없어진 서해대교까지 긴장하면서 올라왔습니다.

아무튼 눈길에서는 안전거리 확보 및  2템포 미리 감속하는 것이 느닷없는 패닉을 감소시킬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기구적인 장치에 의지하기 보단 운전자의 마인드가 최선이라고 생각이 드는 사고였습니다. 지금도 범퍼를 보면 아찔하지만 그만하길 다행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