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리 공항 Firefly 렌터카에서 포드 피에스타를 예약했는데 닛산 마이크라가 나왔습니다. 8일에 11만원 정도구요. 이렇게 싸게 렌트해본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비수기라 그런듯. 2월초지만 여행기간중 대부분 날씨가 좋았기 때문에 성공적인 여행이었습니다. 깎아지른 절벽에 수천개(?)의 헤어핀 코너로 구성된 아말피 해안도로라 수동변속기 경차를 타는 것이 내심 걱정이 되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잘 다녀왔습니다. 사실 아말피는 경차가 진리였습니다.


나폴리에서의 운전은 처음이었는데, 중국이나 인도에서 운전해보진 않았지만 그 다음으로 열악한 조건일 것 같습니다. 네비(구글)는 거의 나침반 수준으로 방향을 아는데만 도움될 뿐, 모세혈관같은 갈림길 앞에선 속수무책이었습니다. 나폴리 사람들의 운전성향도 상당히 터프하구요. 유료도로가 어찌나 많은지 톨비 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그동안 영국, 헝가리, 오스트리아, 그리고 프랑스에서 운전한 깜으로는 택도 없었습니다. 네비에 한시간 남았다고 나오지만, 30분이 지나도 시간은 줄어들줄을 모릅니다. 8일중 3일은 적응하느라 고생했습니다.


첫번째 목적지인 소렌토 인근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거리는 한 50km밖에 안되는데 무려 3시간이 걸렸습니다. 소렌토 읍내(?)는 엄청 밀리기 때문에 만약 네비가 읍내 통과라면 무조건 피하시기를 권합니다. 그날 따라 무슨 축일인지 일방통행 도로를 막고 우회를 시켜서 네비는 더 버벅대고..결국 감으로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숙소는 가족이 운영하는 호텔인데 주차장이 잘 준비되어 있어서 편했습니다. 제가 살고있는 헝가리는 주차단속이 주요산업으로(!) 여겨질만큼 엄청난 인원을 동원해서 단속을 합니다. 아주 잠깐 가게 들른다고 들어간 사이에 딱지를 끊은 적도 있어서 노이로제 걸릴 지경입니다. 이탈리아는 상황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여행하는 내내 철저하게 주차요금을 내고 다녔습니다.


드디어 대망의 아말피 해안도로. 소렌토에서 살레르노까지 60km 정도의 바닷가 절벽길입니다. 과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 중 하나로 손꼽힐 만한 절경입니다. 연애할때 카브리올레를 타고 여길 달려보지 않은게 후회되었습니다. 아이는 좋은 경치를 봐도 잘 모르고 워낙 길이 꼬불꼬불해서 토할 지경이니 힘들어 하더군요. 그리고 경치가 날씨와 해의 각도(즉 시간)을 엄청 탑니다. 아말피에만 일주일을 있다보니 시시각각 느낌이 너무 다르더군요. 지는 해를 바라보며 아말피에서 소렌토 방향으로 가면 정말 눈물날 정도의 경치를 볼 수 있습니다. 맑은날 오전 해를 등 뒤에 두고 바라보는 살레르노 방향의 포지타노도 비현실적일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세어보진 않았지만 코너가 1천개는 족히 넘을것 같습니다. 3단에 넣을 일도 별로 없고, 1단도 가끔 넣어줘야 하는 심한 언덕도 있습니다. 살레르노 방향으로 아말피를 지난 후에는 길에 차선이 없을 정도로 좁아지면서, 경차가 아니면 민폐를 끼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어떤 분은 여행중에 BMW 사이드미러와 부딛혀서 750유로 견적을 받았다고 합니다. 경차로 다니면 길이 넓지요. 다만 아말피에서는 경차 두대가 교행할때도 아찔한 곳이 수두룩~ 합니다. 유럽에서 작은차 많이 탄다고 좋게 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길이 좁아서 작은차가 편하기 때문인 이유도 큰 것 같습니다. 가족여행이 아니라면 코너를 공략해도 재미있을것 같지만, 경치가 너무 좋다보니 그야말로 날아다니는 현지인들에게 계속 추월을 양보하면서 천천히 다녔습니다. 이 코스는 아마 맘먹고 타면 동승자 전원이 토하는데 5분이 안걸릴 것 같습니다.


아말피 바로 옆에 라벨로라는 아름다운 마을이 있습니다. 라벨로에서 다른곳으로 네비를 찍으면 폼페이 쪽으로 넘어가는 산길을 안내하는데요. 제가 운전해본 중에 가장 무서운 도로 중 하나였습니다. 아말피 해안 절벽보다 훨씬 무섭습니다. 이 길에 비하면 지리산 노고단이나 한계령 옛길따위는 한손으로 수동차 몰고 넘어갈 수 있는 난이도+공포입니다. 좁디 좁은 길에 엄청난 경사와 코너, 가드레일은 있으나마나 하고 멀리 베수비오 화산(1200미터)이 바로 눈높이에 보이는 고도에, 곳곳에 무너져내린 절벽 하며..왠만하면 안 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2월이라 대부분 레스토랑과 호텔이 문을 닫아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문을 연 곳이 제법 있었습니다. 혹시 자동차로 여행 가실 분은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물어봐주셔도 좋습니다. 4월이나 10월쯤 가면 그때도 이미/아직 성수기라 비싸겠지만 더 좋을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