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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하고 말 그대로 참 많은 일들이 오갔지만 그럼에도 얻어간 것들은 존재합니다.
개인적인 커리어와 스펙을 떠나서 저의 주 관심사가 되는 자동차 라이프에는 큰 변화의 한 획이 그어졌습니다.
이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2025년이 준 삶의 전환점 중 하나입니다.
제가 운용하는 인스타그램 자동차 계정의 팔로워는 어느덧 50명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10명 남짓하게 자동차에 관심이 있는 가까운 지인들로 구성된 이 계정은 사실 운전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던 2023년 당시 쏘카, 그린카 등등 여러 모델의 시승차를 타보며 느낀 점들을 정리하는 공간으로서 생성했던 계정입니다.
평소에 운전하는 차가 아닌 새로운 자동차에 시동을 걸고 주행 감성을 느끼는 경험 한 순간 순간들이 여전히 생생한 설렘으로 남아있습니다. 지금은 자차 관리만으로도 바쁘고 다른 영역에서의 지출이 많아 새로운 자동차를 시승해볼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없는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다양한 종류의 자동차 오너들과 직접 자동차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을 나눠볼 수 있고, 평소 인스타그램이나 각종 온라인 매체로만 봐오던 사람들과 자동차들을 직접 마주하는 자리가 주는 희열감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그것으로 남아있습니다. 모처럼 여유로운 일요일을 맞이한 날이면 여러 자동차 오너분들을 만나뵙는 자리에 참석하는 것이 가장 큰 휴식이자 즐거움의 시간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다가올 2026년도 이 즐거움이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12월 4일 폭설 당시, 아파트 단지에서...
올해, 정확히 말하면 6월부터 본격적으로 제 손을 타게 된 ES입니다.
제 주도하에 지금까지 진행된 정비 이력은
라지에이터 누수로 인한 통교환, 118,200km / 122,400km 간 엔진오일 교체 2회, 타이어 교환 등이 있네요.
다음달에는 하체 부싱류 교환, 브레이크 디스크/패드 및 오일 교환 등등 하체에 관련한 작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나름 현행 그랜저 GN7 정도에 맞먹는 긴 전장을 가진 준대형 세단이지만, 우수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덕분에 고속 평균연비는 어렵지 않게 20km/L대를 기록할 수 있습니다. 시내와 정체구간을 주로 운행하는 환경에서도 평균 15km/L 이상의 우수한 연비를 내어주는 덕분에 대형차량의 운용상 가장 대표적인 부담인 유류비에 대한 걱정은 덜해져서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ES 또한 매우 무르고 긴 휠베이스에 큰 차체가 운전 재미와 상반되는 요소인지라 아쉽지만, 본질적으로 이 차는 달리기보다 편안하고 풍족한 항속 주행감을 중심으로 두고 있는 차량이기에 딱히 불만을 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대신, 잔잔한 드라이브 환경에서는 차고 넘치는 고급감을 선사합니다. 평일 밤 강변북로에서 한강변의 뷰를 곁에 두고 저음을 강조한 세팅으로 설정해 둔 순정 오디오로 음악을 즐기고 있노라면 이만한 쾌적함이 없다고 여길 정도입니다. ES를 비롯한 고급 세단의 포지션을 꿰찬 자동차라면, 이런 환경에서의 쾌적함을 주기 위해 얼만큼 역할을 잘 해내고 있는지가 가장 큰 평가 기준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인친께서 주신 현대자동차 전용 2002 월드컵 스티커입니다. 한-일 월드컵이니 나름 일본차 계열의 현대차로 통하는 렉서스라면 붙여봄직하다는 말씀을 드리며...ㅋ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 어울리는 음악이 다르듯, 마찬가지로 자동차 또한 명확한 세그먼트의 분류가 있으며 정의된 운용 목적에 맞는 주행환경 안에서 비로소 본연의 가치를 느낄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당초 설계상의 목적이 아닌 파라미터를 기준으로 보편적인 소비자들의 성향 내지 시선과 괴리되는 느낌을 논하고 평하는 일부 자동차 리뷰를 보고 있으면, 그들이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해가 되다가도 쉽사리 수긍하기 어려운 경험을 이따금씩 하게 됩니다.
EV6 GT가 승차감이 딱딱하고, 그랜저 GN7의 서스펜션이 물침대 성향이라서 주행안정성이 전작 대비 하락했다는 것이 개인에 따라서는 아쉽게 느껴질 지라도 이러한 평가의 기반 기준이 과연 '옳냐'에 대해서는 스스로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각 차량의 운용 목적을 생각하면 단점이라 보기도 어려운 것이 단점으로 논해지는 것이 오히려 소비자들이 선택할 최상의 선택지를 가로막는 격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죠.
자동차를 운용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지향점은 개인마다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가족들이 함께 탈 편안한 승용차를 찾는 누군가는 조용하고 편안한 안락함을, 바쁜 일상에서 정신적 환기 차원의 즐거운 드라이빙을 추구하는 누군가는 빠릿하고 자극적인 스포티함을 원할 수 있습니다. 또 누군가는 남들에게 보여지는 브랜드의 밸류 등이 원하는 바가 될 수 있습니다. 제각각 다른 지향점은 옳다 그르다를 논할 수도 없으며, 때문에 같은 5000만원의 예산이더라도 누군가는 그랜저 GN7을 원하고 누군가는 320i msp를 원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입니다. 이토록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에 '그돈X OOO' 이라는 쉽게 뱉은 언어로 누군가의 최선이 되는 선택을 함부로 폄하하기 바쁜 온라인 자동차 문화계를 보고 있자면 여러 의미를 농축한 한숨이 절로 나올 뿐입니다.
자동차를 좋아하고, 운전의 재미를 아시는 분들 사이에서는 가장 그것과 거리가 먼 자동차를 타고 있음에도 충분히 즐거운 카라이프를 즐기는 한 사람으로서, 그저 각자의 지향점에 맞는 선택에도 손가락질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문화가 자리잡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