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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7 RS4와 함께 한 지 만으로 5년 반이 지났습니다.
이차와의 인연과 그동안의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초대 RS4는 B5 바디에 2000년 하반기부터 2001년까지 약 1년 남짓한 기간동안 만들어졌습니다.
V6 2.7트윈터보 엔진은 코스워스에서 손을 본 엔진으로 매우 뜨거울 것 같지만 냉각이 정말 예술인 엔진입니다.
S4에도 같은 2.7리터 엔진이 적용되었지만 냉각성능에서 아주 큰 차이가 있고, 튜닝하면 정말 화끈하고 아주 멋진 질감을 가졌습니다.
B7 RS4를 차가 데뷔한 직후에 타보고 나서 솔직히 당시에는 좀 실망했었습니다.
E60 M5를 타보고도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M5여서 한번의 데이트로 만족하지 그 이상은 아니다. 라고 할 시절이었고, 화끈한 차들이 워낙 많았었지요. 요즘 E60 M5를 타면 너무 특별하지만 당시에는 V8, V10, 그리고 12기통 선택지가 훨씬 많던 시절입니다.
W204 C63 AMG의 말도 안되는 배기음이나 E92 M3의 자극적인 사운드에 비해 RS4는 너무 평범하게 느껴졌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체인지레버의 무게감이 없고 가벼운 클러치 패달 등도 B5 RS4와 너무 다르고 스포츠 모델의 정점에 있는 차 치고는 강렬함이 너무 약했습니다.

10수년이 지나 B7 RS4를 가져야겠다고 맘을 먹었을 때는 상황이 사뭇 달라졌고, 과거에 느꼈던 밋밋함을 뒤덮기에 충분할 정도로
V8 자연흡기에 수동변속기(수동만 존재), 그리고 8500rpm을 돌릴 수 있는 엄청나게 유연한 엔진은 2020년 이후에 다른 그 당시 어떤 스포츠 모델도 RS4의 느낌을 뚸어넘지 못했습니다.
F바디 포함 이후에 나온 M모델 중에서 사실 가장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차종은 N55 장착된 M2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M2를 제외한 F바디 포함 이후 M모델들은 RS4보다 훨씬 빠르지만 더 재미있다고 느끼지 못합니다.
회전계와 속도계를 꽉꽉채워서 주행할 수 있는 차이지만 반전은 6단 1000rpm으로 달려도 여유가 있을 정도로 배기량에 힘입어
저속에서도 힘이 없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기어 변속이 가볍고 패달이 가벼워 하루종일 운전해도 힘들지 않고, 기어가 빨려들어가듯 이빨을 무는 느낌이라 빠른 리듬으로 운전해도 좋고 약간 느리게 변속해도 편안합니다.
다만 1,2,3단까지는 회전수가 너무 느리게 떨어지는 느낌이라 늘어지는 듯한 감각을 싫어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사실 이런 세팅은 회전수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 시가지 주행에 오히려 좀 더 운전을 편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너무 회전수가 빨리 떨어져버리면 클러치를 미트시킬 때 액셀을 살짝 쳐주면서 운전해야하는데 RS4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예전에 회원분의 의뢰로 B7 RS4를 구입하러 충청도에 간 적이 있는데 이차를 소유하셨던 분이 왕년에 카레이서 셨는데, 근처 와인딩을 달릴 때 동승한 적이 있습니다.
저를 제외하고 공도에서 아우디를 이렇게 빡세게 모는 분을 처음봐서 옆자리였지만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이미 제가 차의 데뷔이후부터 많이 탔었고, 게다가 소유한지 제법 시간이 지났음에도 옆자리에서 전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었는데, 그 분 와인딩 실력이 정말 대단했었습니다.
당시 좌로 꺽이는 오르막 턴을 상당한 스피드로 진입했는데 옆에서 포크레인이 튀어나와 제동하면서 피해야하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제동이 조금이라도 강하면 오히려 접지를 못하게 되는데 이유는 코너에서 급제동을 하면서 ABS가 작동하게 되면 후륜이 나르는 것을 제어하게 하려고 언더 성향으로 미끄러지게 됩니다.
때문에 제동이 강하면 미세한 제동을 이용해 장애물을 피하기 위해 차를 좀 더 안쪽으로 밀어넣는 동작이 어려울 그런 상황이었죠.
그런데 제동을 걸면서 뒤가 살짝 흐르는 박자에 맞춰 스티어링을 오히려 살짝 풀면서 모면할 정도로 여유있게 피했습니다.
당시 아우디로 옆좌석에서 느낀 가장 최대의 횡G를 경험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차를 구입하지는 않았지만 B7 RS4는 고갯길을 달릴 때도 아우디 스럽지 않은 전투력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E92 M3에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부분을 이해하고, 저 역시 E92 M3를 오랜동안 보유하고 있습니다만 B7 RS4는 BMW M모델이 약간 놓친 부분을 꽉 채워주는 그런 차라서 매력이 있다고 봅니다.
구조적으로 엔진의 무거운 질량이 앞차축 앞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머리가 잘 돌아갑니다. 후륜은 절대 가벼워지는 느낌이 없다는 점도 불가사의할 정도로 밸런스가 좋고, 매우 묵직하고 예측가능해서 차를 던지듯 몰아도 위험한 순간이 상대적으로 덜 오는 편입니다.
물론 트랙션 때문에 이렇게 차를 미끄러트리면 속도를 너무 많이 빼앗긴다는 점을 생각하면서 운전해야하는데, 보통 레이싱 카트를 탈 때 노면이 너무 좋고 끈적거리면 그립에 묶여서 속도를 내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 있는데, 그립이 어느 이상 올라가면 오히려 랩타임이 떨어지는 경우와 비슷합니다.
트랙션이 너무 좋아서 너무 가속패달을 미리 전개하면 스티어링 양이 아직 너무 많아 힘으로 차를 옆으로 몰아붙이는 느낌으로 탈출하게 되는데, 후륜구동을 정교하게 다루는 사람들은 이렇게 운전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코너에서 트랙션이 너무 좋은 차들은 가속패달을 밟아도 엔진힘이 그립을 이기지 못하는 느낌이라 너무 성급하게 가속패달을 때리다보면 콰트로 그립에 묶여 버리기도 합니다.
이 포인트가 후륜구동을 즐기는 분들에게 콰트로가 재미가 떨어진다고 느끼는 바로 그 지점이기도 합니다.
적당한 배기 튜닝으로 스몰블럭 V8의 비트를 즐기는 것도 너무나 즐겁고, 잘 복원된 RS4는 고장이 잘 나지 않는다는 점도 매우 큰 장점입니다.
초고속으로 가면 뚜렷히 경쟁차들보다 안정성이 뛰어나고 체감으로 느끼는 바디강성은 항상 동급 최강입니다.
RS4는 S모델과도 바디킷에서 약간 차이가 있고, 한껏 부풀려 놓은 오버 휀더는 이렇게 실려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멋집니다.
아우디 디자인의 정점에 있는 모델이기도 하고 모든 방향에서 봐도 디자인이 절묘합니다.

이차의 세그먼트는 준중형 사이즈이지만 아반테에 성인 4명이 타고 장거리가 전혀 어렵지 않은 시대에 살다보니 RS4의 뒷좌석은 7세대 골프와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이렇게 컴팩트하고 상대적으로 짧은 휠베이스는 스포츠 주행 때 여러모로 장점이 많습니다.
도어를 열고 닫을 때 느끼는 묵직함과 서보트로닉이 없는 무거운 스티어링 휠 감각은 유압식이기 때문에 요즘 전동 파워에 비해 직관적이고 정직한 느낌입니다.
실제 차무게 보다 더 한 무게를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서 느끼지만 상대적으로 가벼운 변속기의 감각 때문에 운전의 피로도는 무거운 스티어링 휠 때문에 가중되지는 않습니다.
변속의 박자를 잘맞춰야하는데 사실 회전수가 낮을 때 아주아주 민간함 엔진 특성 때문에 이차를 부드럽게 몰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반클러치를 쓰지 않고 1000rpm에서 미트시켜 부드럽게 출발시키기 매우 어려운 차종중에 하나이지요.
로드베어링과 같은 부품은 평생 교환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숏 블럭이 튼튼하고, 아예 3단으로 구성된 오일팬 상단 구조중에서 3단은 메이커에서 열지 못하게 할 정도로 엔진의 하부(Bottom end)가 강력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RS4와 RS5에만 적용된 전용엔진을 가졌다는 점도 유니크한 포인트이고, 찾아보면 스토리가 많습니다.
도로에 달릴 때는 요즘 차들의 디자인이 너무 화려해져서 그 속에서 전혀 튀지 않는 점도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지 않지만 아주 가끔알아보고 손으로 가리키는 경우라면, 어쩌면 이차의 근육질 바디와 보일듯말듯 박혀 있는 뱃지를 매칭시킬 수 있는 시선인 경우입니다.
조만간 차령 20살이 될 불혹의 나이이지만 맘먹으면 언제든 300을 찍을 수 있는 강력함을 갖추고 있음을 생각하면 얼른 아이들이 운전하는 옆자리에 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합니다.
아마 몇년전에 느꼈던 것 이상의 횡G를 경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testkw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