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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연구실사람들과 점심을 먹으면서 나누었던 이야기를 정리해서 올려봅니다.
이야기를 주도했던 사람은 포드에서 연구개발하시다 정년퇴직하신 미국 할아버지 이시고
나머지는 엔진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는 대학원생들입니다.
SUV 가 큰 인기를 얻게된 이유중에 하나가 '안전성' 이다. 주로 혼자쓰게 되는 여자친구 혹은 부인의 차를 덩치 큰 SUV 를 골라주는 남자들은 '더 안전해서' 라는 이유를 대곤 한다. 그러나 자동차에 관심이 있고 물리법칙에 대한 개념이 있다면 그런 생각은 틀린것을 쉽게 알수 있다. 훨씬 더 무겁고 무게중심이 높은 SUV 가 더 안전하다는 것은 사실 말이 안된다.
최근에 안전장비들이 개발되고 적용되면서 작은 승용차, SUV 혹은 미국에 넘쳐나는 픽업트럭을 타고 사고가 났을때 탑승자가 죽을 확률은 비슷하다. 그러나 사고가 났을때 상대방이 죽을 확률은 작은 승용차보다 SUV 가 훨씬 높고 픽업트럭은 더 높다. (위 두 문장에 대한 객관적 데이터가 있다면 좋겠습니다만... 저는 없습니다. ㅎㅎ) 따라서 사람들이 더 안전하기 위해서 큰 차를 산다고 하지만 결국엔 자기가 죽지 않을 확률은 낮추지 못하면서 사고가 났을때 상대방을 죽일수 있는 확률은 높이는 상황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큰 차가 많아질수록, 작은 차를 타는 사람들은 도로에서 위협을 느끼게 되고 그것은 큰차로 갈아탈 이유가 된다. 이런 현상이 진행될수록 도로에는 서로를 더 잘 죽일수 있는 차들이 많아지게 된다.
짧게 요약해 보았는데요. 한번 생각해봐야할 문제인것 같습니다.
특히나 미국처럼 기름값이 싸서 연비가 좋지 않은 차를 유지하는데에 대한 부담이 적고, 자동차를 타야만 생활이 가능한 문화에서 더 심각하지요. (정말 맞는 이야긴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에서 차를 결정하게 되는 요소중에 '컵홀더의 갯수' 가 '연비'보다 순위가 높다는군요) 풀사이즈 SUV 가 제 옆에 주차하러 다가올때 느끼는 두려움도 꽤나 크고, 가끔 길에서 보이는 스마트가 정말 위험해보입니다.
근데 가만 생각해보니 논리적으로만 접근할 문제는 아니네요. 저도 에스컬레이드 꼭 한번 가져보고 싶은데 말이죠. 허허


미국인들이 컵홀더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미처 몰랐습니다.
다만, 준중형급(?) 해치백인 Mazda3 에만 대형 컵홀더가 8개나 있는걸 보니..
성인 5명이 타면 가득차는 차인데도 8개라는게 이상했었거든요^^;;
와이프는 아이의 우유병을 꽂는 용도가 아닐까 했었죠.

[자기가 죽지 않을 확률은 낮추지 못하면서
사고가 났을때 상대방을 죽일수 있는 확률은 높이는 상황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요즘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부분이라 공감 합니다.
교통사고로 죽고 사는건 상황에 따라 너무나 극명한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무겁고 높은 차를 타고 있다면 너보단 내가 더 안전해 라고 느낄 수 밖에 없다는 것도 사실 입니다. 두현님께서 말씀하셨듯이 그러한 객관적 데이터가 저에게도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SUV 사이즈가 경쟁하듯 커지고 있고, 사고사례를 접하다 보면 겁이 납니다.
[작은 차를 타는 사람들은 도로에서 위협을 느끼게 되고 그것은 큰차로 갈아탈 이유가 된다.
이런 현상이 진행될수록 도로에는 서로를 더 잘 죽일수 있는 차들이 많아지게 된다.]
나만 불리하다 라는 생각들을 갖고 있다면 이 또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것이 옆 차량의 운전자가 아니라 커다란 철판임에 움찔움찔 놀라며,
가끔 로워링 되어진 SUV 차량을 볼 때면 저게 살 길이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저 역시 베라크루즈, 모하비를 탐내며 G바겐을 드림카로 품고 살고 있지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아무리 많은 교육과 홍보를 하여도)
여전히 SUV나 기타 덩치빨 좀 하는 차량에 대한 안전성 선호도는
줄지 않을 것 입니다.
이는 직관에대한 문제이죠.
인간은 더 크고(규모가 있고) 힘이 세 보이는 유/무형의 가치에
더 큰 안도감을 느낍니다.
그러니 보다 빡샌 세금과 허리 휘는 유지비용 등으로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그룹으로 만듬과 동시에
작은 차종으로도 해당 차종이 해내는 퍼포먼스를 유사하게
이끌어 낼 수 있게끔 대안이 받처줘야죠
저도 늘 느끼는 부분입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하고 남의 손해에 둔감한 사람들, 한마디로 이기적인 사람들인데 인간의 기본적인 성향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유독 이것이 별로 흠이 되지 않는 분위기여서 문제라고 봅니다.
주차할 때도 경차나 소형차에겐 늘 고마운 마음이 드는 반면 주차라인을 꽉 채우는 차들에겐 웬지 거부감이 들더군요. 차 안에서 누워 잘 일도 거의 없는데 큰 차일수록 좋아하고 제조사도 큰 차를 만들어내는 것이, 차 밖의 세상에 대해선 관심없다는 걸로 보여서 점점 더 답답해집니다.
어느 형님이 전해주신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유학생이 미국에서 험머 H2를 몰면, 교통사고로는 절대 죽을 일은 없다. 대신 누굴 죽일 일은 있다...라고...;;;

찾으시는것과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지만 통계가 있네요.
차량이 전복되는 경우를 포함하더라도 승용차-light truck(SUV 포함) 충돌시 승용차-승용차 충돌때보다 SUV 운전자의 사망확률은 38%가 낮습니다. light truck끼리 사고시에는 사망확률이 55% 높아지네요.
승용차끼리 충돌시 소형차 탑승자의 사망확률은 차량 100만대당 매년 51명으로 대형차의 24명보다 2배 이상입니다.
단독사고시(중앙분리대 충격, 전신주 충돌 등) 5배 이상 차이나네요..
SUV 전복률은 승용차의 2배이고 전복사고 발생시 SUV에 탑승한 아동의 사망률은 승용차 전복사고의 3배라고 합니다..
(출처는 예전에 뉴욕타임즈 기사 스크랩해놓은것)
어느 랩에 계신가요? (엔아버에서 엔진쪽 하시는 랩이야 빤하긴 하지만..)
실제로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는것은 2개의 항목입니다. 내차와 상대방의 중량과 높이.. 미시간처럼 2WD SUV/Truck등보다 차고가 더 높은 4WD차량들을 타고 다닐수 밖에 없는 경우에, 상당히 많은 오프셋 충돌이 SUV/트럭 이 상대편 승용차 운전석 지붕을 완전히 눌러 버리고, 그 반동으로(?) 하늘로 날아 오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 일 수 밖에 없겠죠.
다만, 요즈음 프레임온바디 형태의 SUV/트럭들이 유니바디 형식으로 이동해 가면서 이덕분에 상대방에 대한(?)충돌 안전 부분도 상당히 보완 되고 있습니다. 특히 몇년전 개정된 EU의 보행자/상대편 충돌 안전 규정덕분에 상당한 진보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구요..
적어도 '패밀리카'에 있어서는 1위가 편의성/실용성입니다. 이중에서 지난 몇년 동안은 컵홀더의 갯수가 3위 안에 있었던 것이 사실이구요.. 연비가 1위가 된지가 몇년 안됩니다. 사실은 올해 조사 기록을 보니, 연비가 다시 편의/실용성 아래로 내려 왔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