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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였던가요? 퇴근 무렵에 친하게 지내는 형이 분당에 와서 팥빙수 한 사발하고 가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날도 덥고, 생각보다 일찍 퇴근하여 구룡터널을 넘어 분당으로 향했습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고 싶었
습니다만 테라스에 앉아 과일 빙수가 만드는 선선한 바람과 함께 수다 시간에 빠져들었지요.
잠시 어딘가 통화를 하던 형이 다 먹었으면 같이 가자며 채근합니다. 어디가냐는 질문에도 답이 없더니 얼마
걷지 않아 길 모퉁이에 닿았습니다. 빠알간 광채가 모락모락 올라오는 페라리가 하나 보이더군요. 흔한(?ㅋ)
f430류가 아닌 스칼리에리였습니다. ㅡ,.ㅡ;; 저거 얼마죠? ㅋㅋ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보니 3~4년 쯤 전 뒷자리에 구겨넣어져 동승을 했던 바로 그 차였습니다. 오너와 인사
를 나누고 담배 하나 피워물고... 갑자기 한 번 타 보라며 키를 건네주십니다. 그러나... 이건 제 능력으로 감
당이 안되는 녀석이지 않습니까. ㅋㅋ
오너는 길바닥에 팽게쳐놓고 형과 제가 올라앉았습니다. 시동은 어떻게 걸었는지... 이거 뭐 장인어른 뒷좌석
에 모셔놓고, 두달 된 딸래미 앉혀놓고 출발하는 것보다 더 조심스럽습니다. 사람이 차를 모는 것이 아니라 차
가 사람을 몬다는 느낌...
밟아보라고 채근하는 형의 목소리는 오른쪽 귀로 들어와 왼쪽 콧구멍으로 빠져 나갑니다. 머리로 들어와야 할
소린데 말이죠. 결국... 정자동 일대를 아주 얌전하게 몰아보고는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다시 출발하라는 형
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응을 했지만...
넵, 최고속도 X50... 신호등 제일 앞에 서서 젠쿱이 저를 쳐다보며 지나가는 모습들 다 보며 돌아왔습니다. ㅋ
뭐라뭐라 궁시렁 거리는 형이 운전석에 앉고 저는 옆으로 옮깁니다. 이후야... 뭐... 페라리가 이런거구나.....
와우... 헉... 이런 비명 몇 번 지르고는 오너가 기다리는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ㅡ,.ㅡ;;
나이가 들면 '간뗑이'가 줄어가는 걸까요? 30대 초반에는 마세라티 꽈뜨로 뽀르떼도 겁없이 마구 밟아봤는데,
40대 초반에는... 역시... 감당이 될만한 녀석이라야 가능한 걸지요...
오늘의 교훈:
슈퍼카는 간뗑이가 '슈퍼'한 사람이 모는 차다!!!
이야~! 612 스칼리예티를...^^;;; 스칼리에리가 뭔가? 심히 고민했었습니다... 제목만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