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국내에 런칭한 크로스파이어를 장기 시승할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하드탑 로드스터로 이미 컴팩트성과 성능이 검증된 벤츠 SLK 와 플랫폼, 파워트레인을
공유한 크로스 파이어는, 다임러 크라이슬러 병합 후, 첫번째 프로젝트로 세상에 나온
야심작입니다.
 
재작년 서울모터쇼를 통해 처음 접하고, 부가티 베이론을 연상케하는 과감한 해치스타일과
2차대전때 명성을 떨쳤던 독일의 큐벨바겐을 떠올리게하는 클래시컬한 감성에, 신선한 충격
을 받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미국차 디자인 중엔 단연 크라이슬러를 으뜸으로 생각하는데,
스트라투스, 어벤져, 이글탤런, 닷지램 시리즈를 통해 웅크린 야수의 이미지를 브랜드 아이덴
티티로 어필하면서부터 였습니다. 뚜렷한 공통 페이스 이미지가 없는 여타 회사들에 비해, 크
라이슬러는 유기체 이미지를 주어 수요자의 감성에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방법을  앞서 채택
했다는 점이죠.
 
95년 크라이슬러 공식딜러가 들어오기 전, 올즈모빌 실루엣 미니밴을 사기위해 한 딜러를 방문
했을때.. 납기가 오래 걸린다는 얘길 듣고 지엠 스타크래프트밴을 눈여겨 보고있었는데, 매장
한켠에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미래적인 모습을 한 닷지 스타크래프트밴이 웅크리고 있더군요.
설레이는 마음으로 그자리에서 계약을 하고 바로 끌고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의 첫인상이
아직도 크라이슬러 디자인을 흠모하게 만든거 같습니다.
 
어느정도 다양한 모빌을 접해 봤지만, 혼자 타보고 주관적인 시각으로 평가하기 보다는 다양한
계층별 매니아와 일반 오너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자연스레 객관성있는 의견이 도출될것이라
믿고.. 이번 시승도 시리즈로 나누어 심층 분석을 시도해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지난 토요일 오후에 시승차를 받아, 저녁무렵 남산에 모인 클럽의 젊은 후배 레이서들과 몇차례
반복시승을 하면서 의견을 들었고.. 일요일엔, 타임트라이얼 경기가 있는 스피드웨이쪽 와인딩
을 중심으로 중견 디자이너인  여성오너의 시승.. 저녁엔 폴쉐오너 진승희님과 SL55AMG 오너
인 후배님께 비교시승을 요청했지요.
 
 

 

 

 
 
디자인 컨셉..
 
크로스 파이어의 디자인컨셉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는 접한 바 없지만, 알량한 제 시각경험을
통해, 이러저러한 상상을 유추해 봤습니다
 
가장 대중에게 인지도 높은 화가 피카소가, 8살때 그린 데생을 보고 미술교사인 아버지는 붓을 놔야
겠다는 얘기를 했답니다. 어른이 되어 그의 미술사적인 입지를 공고하게 만들어준 '입체파' 사조는
사실적인 그림을 완벽하게 그릴 수 있었던 그가, '평면위에 사물의 정면과 측면을 함께 담을 수 없을
까' 라는 고민을 시작하면서 부터였죠.
 
어린시절 엄마의 손에 이끌려 덕수궁 국립미술관의 피카소 전시회를 보러갔을땐, 앞얼굴과 옆얼굴이
교차하는 피카소 그림을 보고, '저런 유치한 표현은 나도하겠다.'고 생각하며, 그를 인정하지 않다가..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하게 되면서야 비로소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하게 된거죠. 공공연히 토론된 바
있는 특정 모델의 디자인 컨셉은, 그 모티브를 이해하고자 관심을 가져보면 수수께끼를 풀듯이 재미
있는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곤 합니다.
 
크로스 파이어 전면의 그로데스크한 분위기와 당당한 라지에타그릴은, 미국차 특유의 저돌적인 카리
스마를 느끼게 해주고, 샤프하고 날렵해지는 유럽차의 개방성에 반하여 원과 사각형으로 복고성향을
지향하는 크라이슬러의 감성을 대변합니다. 퍼라리 디자이너로 있는 후배의 얘기를 빌면, '기능성이
공존하는 원형과 사각의 라이트가 아니면, 디자인 스케치단계에서 호통을 맞던..' 유럽 디자인 경향이
근래, 그토록 보수적이였던 벤츠와 BMW 를 뒤바꿔 놓듯..쇼킹할 정도로 야해지는데, 그러한 디자인
트렌드를 얼떨결에 흉내내다간, 절대기준의 브랜드이미지에 밀려 된통 당할 수 밖에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전체 비례는 SLK의 그것을 그대로 반영했지만, 곡선과 직선의 대담한 적용으로 전혀다른 이미지를
만들어 냈습니다. 본넷의 세로홈은 강성보강과 우직한 이미지를 반영하고, 다소 오버사이즈인 18/19
인치 휠의 적용.. 리플렉터블 리어스포일러와, 할리데이비슨 바이크나 브라이틀링 항공 명품시계를
연상케하는 윙모양의 대형 엠블럼등이, swiss movement 의 신뢰성있는 미캐니즘을 적용한 고급시계
처럼,'명품 스포츠카'로 이어나갈 모델임을 암시합니다. 
 
 

 

 

 
 
인테리어..
 
SLK의 스페이스와 거의 다름이 없는 넓이에, 계기류및 편의사항이 비치되어있는 크로스파이어의
실내는, 복고와 모던을 믹스한 최근 트렌드를 좇으면서, 센터페시아 만큼은 크라이슬러 전차종
공통의 사각, 메탈릭 소재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계기판은 클래시컬하고 주위를 감싼 대쉬보드는
심플한 직선과 원형으로 표현.. 각 계기류의 작동감은 독일차처럼 똑떨어지지않고, 적당히 스무드
한 느낌입니다. 미국내 크로스파이어의 가격이 그다지 저가가 아님을 보면, 소프트터치의  작동질
감이.. 완성도의 부족함으로만 생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오토스틱의 기어노브는 손으로 잡았을때 질감이 매우부드럽고 작동시 촉감이 좋습니다.
히팅조절 다이얼은 미니쿠퍼의 아기자기한 느낌이 생각나게 하더군요. 컨버터블의 필수요건인
2단계 히팅시트와  좌우 모두 전동시트로 알맞는 포지션을 구체적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퍼포먼스..
 
운전석 시트의 위치는 중앙에서 약간 리어쪽으로 배치, 콜벳만큼은 아니지만 회두성에 비해 몸의
움직임은 적은 편이고, 전륜 225/ 40/ 18  후륜 255/ 35/ 19 의 휠타이어 셋팅은, 비슷한 출력대의
다른 모빌에 비해, 트레드폭 차이(휠크기 또한)가 많아 짧은 휠베이스와 후륜구동 특성상의 오버
스티어 성향을 감쇄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후륜구동의 스포티한 차는 오버스티어성향이 강하므로, 전륜 접지력을 상대적으로 줄여 언더나
뉴트럴성향으로 타이어를 셋팅합니다. 이는..코너링의 안전성에도 기여하지만, 휠베이스가 짧은
모빌의 고속주행 중 강한 브레이킹 시, 안정적인 감속을 돕기도 합니다.
대형휠과 고편평율 타이어에 비해 최초 승차감은 소프트한 편이지만, 횡가속이 가중되면서 일정
한 답력으로 받쳐주는 느낌은 거를건 거르고, 필요한건 받쳐주는 느낌입니다. 
 
 크로스파이어의 3200 cc 218 마력 엔진은, 렉서스 뉴 is250 과 아우디티티, BMW Z4 3.0.. 325 등
과 좋은 비교가 됩니다. 3밸브 싱글캠이여서, 토크곡선이 중고속에서의 파워풀한 가속감을 선사합
니다. 일상적인 신호출발시엔 스포츠카로 느껴지지 않을정도로 부드러운 가속감을 보이는데, 2500
알피엠이 지나면서 풍부한 토크감이, 등을 감싸 써억 밀어주는 기분좋은 가속감을 보입니다.
 
Z4 3.0은 리니어하게 쭈욱 뻗어주는 느낌.. is250 은 실키하게 싸악 감싸땡겨주는 느낌이라면,
크로스파이어는 위화감없이 편하게 출발해 이내 파워풀하게 몰아치는 느낌이죠. 스피드웨이
진입로에서 배기튠이 되어있는 수프라가 풀스로틀하는 타이밍을 놓치지않고 따라붙었는데,
1키로에 가까운 진입로 언덕까지 뒤에 딱 붙어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후배 디자이너인 39세의 여성 오너에게 시승을 시켜봤더니.. '모양은 독특하고 예쁘지만,거칠
줄 알았는데, 운전하기 너무편하고 필요할땐 파워가 넘쳐 우월감과 여유가 생긴다.' 고 얘기
하더군요. 3000 알피엠 이내에서의 일상영역에선 각단을 고루쓰면서 달릴땐 일반오너에게
실용적인 차로 다가갈 수도 있다는 얘기죠. 연비또한 10km/L.로 배기량대비 최고등급을 받고
있습니다.
 
 

 

 
 
와인딩 돌파력..
 
토요일 늦은 시간 남산의 가벼운 와인딩에서,개구스런 20 대 레이서후배들에게 핸들을  맡겼습니다.
풍부한 토크로 순식간에 타야연기에 휩싸이는 강력한 번아웃이 가능했고, 한계에 가까운 급코너에서,
철저하게 뉴트럴성향을 고수하고 일정한 트랙션을 벗어나면 ESP가 개입해 카운터링 상황을 막습니
다. 이는 기분나쁠정도의 모션은 아니고, 적당한 슬립과 드리프팅이 가능한 수준이죠.
 
리어 슬라이드시에, 카운터까지 가면 멀쭘해지고.. 약간의 방향보정만 하면 능숙한 레이서처럼
헤어핀과 빡센 코너를 탈출할 수 있습니다. 크로스 파이어의 성향은 결코 난폭하지않으며 어리숙
하지만, 모든이에게 욕안먹고 자신이 원하는 걸 취하는 속으로 약은 우리주변의 현명한 캐릭터를
연상케 합니다.
 
퓨어를 추구하는 하드코어 매니아들에겐 2% 의 갈증이 느껴질수도 있지만, 이틀간 크로스파이어
와 함께하면서 알게되어가는 모습은 섬뜩하리만치 치밀한 컨셉에 의한 타게팅을 하고있다는 느낌
이였죠. 개성있는 마스크에 벤츠를 닮은 주행성.. '밟을놈은 밟고 크루징할 녀석은 크루징해라~'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야심이 엿보이기 시작한겁니다. 브레이킹은 직답적이진 않지만,
서려고하는 자리에 모빌을 정지시킵니다. 넘치진 않지만 여유있는 답력..
 
 

 

 

 

 
 
SL 55AMG 와의 데이트..풀스로틀..
 
일요일 저녁, 폴쉐오너 진승희님 부부와 만나.. 후배님의 SL55AM와 함께, 갤러리아부터
미사리에 이르는 올림픽대로로 풀스로틀주행과 급격한 차선변경 감성을 테스트했습니다.
 
엉덩이 바로뒤의 255 타이어가 쾌속에서의 급차선변경에, 미동도 하지않고 든든하게 자세를
유지합니다. 후미에서 따라붙어 십여키로를 함께달린 55 AMG 오너는, '예상보다 훨씬 빠른
가속을 보이며, 운동성이 기민하게 보인다.' 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폴쉐 996 카레라의 가속감에 익숙한 승희님도, "어~이거 왜이렇게 잘나가.." 를 연발하셨고요.
 
폴쉐 M3 에 비해 직답적인 스티어링감은 부드럽지만, 할일은 다해주는.. 속이 꽉찬 느낌이라는
얘기와, 벤츠 320 과 거의 비슷한 퍼포먼스.. 수퍼스포츠카로 가기전에 한번쯤 거쳐갈만한
차로 느껴진다는 생각을 피력.. 개인적으로 제 대학후배님이신 승희님 와이프 주연님은,
"와~ 너무 예뻐요~"를 연발하시더군요.^^
 
55AMG 오너분은 320 SLK 를 소유하신적이 있는데, 잠깐 시승후.. 가속감도 좋고 재미있는 차
라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특별한 단점은 보이지않고, 스펙이상으로 당찬 파워가 느껴진다는
공통 의견입니다.  처음 크로스파이어가 모터쇼에 등장했을때..저도 내심..'저렴한 SLK를 탈 수
있겠다..' 란 기대감에 부푼 적이 있었죠.
 
5850 인 로드스터가격이, 현재 획기적인 프로모션 협찬으로 4천대에 가능하다니..더욱 구미가
당기는 일입니다. 5350 인 쿠페는 차이만큼 더 가깝게 접근이 가능하겠죠..
 
 
 

 
 
continue..
 
제원상 100 km 가속은 로드스터 6.8 초.. 쿠페 6.5 초인데..
다음번엔 실제 가속타임과 스피드웨이 테스트드라이빙에 들어갑니다.
랩타임까지 가능하면 측정토록 해볼 계획이고요..
 
하이웨이 최고속과 파워풀한 드라이빙 감성에 대해, 상세한 시승기 이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깜장독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