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일이 생겨서 서산에 내려갔다가 부랴부랴 서울로 상경하는데 양재 부근부터 차량이 많이 막히더군요..  퇴근시간에 걸리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4시가 조금 넘어서 영업소에 도착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뜻밖에도 많은 분들이 구경을 오셔서 영업소가 호떡집 불난 것처럼 상당히 분주했으며 구입을 희망 하신다며 시승을 원하시는 고객 분들까지 계셔서..흠흠.

어떤 액숀을 취해야 할까 하고 잠깐 머리속으로 콘티를 짜 보기도 했습니다..쿠쿠.

그로 인해 시승시간은 상당히 짧아졌으며 영업사원 분마저 자기도 처음 타 본다며 동승을 하게 되어 다소 짜증스러웠지만 나를 만나기 위해? 울산에서 방금 올라온 따끈따끈한 모빌을 보자, 이내 어린아이처럼 금새 표정이 환해지며 새로운 모델을 타게 된다는 기대감에 아드레날린이 마구 솟구치는 건 막을 길이 없더군요..ㅎㅎ.


싼타페..

언젠가 모터쇼에 출품되었던 컨셉트 카로서의  첫 모습이 기억납니다..                                         뭔가 전위적이고 열정적인..                                                                                             울룩불룩한 바디라인과 더불어 진하게 그을려진 갈색 컬러..

꽤나 터프하고 조금은 과장된 모습으로 그 간의 SUV 다자인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었죠.

이후에 양산차로 개발, 생산이 되었고 소나타와 더불어 현대의 효자상품 중에 하나가 되었습니다.

사실, 기존의 프레임 방식이 아닌 싼타페는 경쟁업체로부터 정통 SUV 가 아니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상대적으로 넓은 실내와 승용감각의 모노코크 바디는 IMF 경제 위기와 맞물려 엄청난 판매고를 보여주었고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으며 고위관계자 분들의 귀가 입을 잡아당기는 사태가 한동안 이어졌습니다..ㅎㅎ

무난하게 대중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차를 만드는 데에 이제는 글로벌적인 실력을 갖춘 현대의 신형 SUV. 싼타페..

자자~ 제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안 되는 관계로 빨리 시승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익스테리어..                                                                                           


선대모델에 비해서 절제되어 있는 모습이지만 은근히 자신감을 드러내 보이는 캐릭터 라인이나 터치에서 고급스러움과 세련됨이 공존함을 느끼며, 전체적으로 휘감아 도는 실루엣과 각각의              디테일의 조화에서 새롭게 태어난 신차임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줍니다.

마스카라로 멋지게 화장을 한 듯한 헤드램프와 크롬으로 가로라인을 덧댄 라디에이터 그릴..              그 아래로 보이는 다이나믹한 범퍼 가니쉬와 안개등..

A 필라에서 본닛을 타고 흐르는 라인도 멋지고..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세련되고 스포티하며 강한 캐릭터를 부여하는 앞모습은 정말.. 화장 하나는 제대로 하고 나온 커리어 우먼 같습니다.               

진한 화장을 한 앞모습에 비해 다소 밋밋한 정장 차림의 뒷모습이 조금은 아쉽지만 헤드램프와 일체감을 주는 테일 램프를 비롯한 전체적인 마무리에서 현대의 글로벌한 디자인 실력을 느끼게 합니다.


이미, 현대자동차의 해외판매율이 80 퍼센트에 이르기 때문에 컴펙트 SUV 의 이미지를 벗기 위함인지 동생인 투싼과의 격을 달리하기 위함인지는 몰라도 전체적으로 구형보다 커 보이고 당당하며 고급스러운 느낌이 많이 듭니다.

조금은 앞서가되 낯설음을 느끼기는 힘들며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그런 류의 디자인..                 단지, 이번에도 왠지 인피니티 로고를 붙혀보면 어떨까 하는..                                                  망측한 생각을..ㅋㅋ

TG 출시 때에도 D 세그먼트에 해당하는 235/55/17 인치 타이어 사이즈로 인해 다소 오버스펙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신형 싼타페는 235/60/18 인치의 타이어를 낑겨놔서 이제는 국산 차가 타이어 작아서 불만이라는 소리는 더이상 나오지 않을 듯 합니다.

몇 년전 까지만 해도 작은 휠에 70 이나 75 시리즈의 거대한 광폭타이어로 대변되는 SUV 타이어에 18인치라니요.. 후후.  격세지감입니다..                                                                                    휠사이즈가 점점 커져가는 건 정말이지 세계적인 추세인 모양입니다.

 


 

 

 

 

 그리고 인테리어..

 


 

많이 커졌다고는 하지만 선대모델 역시 실내가 부족하다고 느낀 적은 없기 때문에 실내의 크기 보다는 고급성과 편의성.. 그리고 어이없었던 3 열 시트의 개선에 관심을 두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

 

실내에 들어오면 TG 때에도 느낀 거지만 렉서스를 자꾸 연상케 합니다..^^  

간단명료하며 조작감이 확실한 버튼들을 보며 쓸데없는 화려함이나 버튼의 배치로 눈요기 거리를 제공하지 않아서 담백하고, 조립품질이나 마무리의 깔끔함에서 별다른 불만을 갖기는 어렵습니다.

 

단지, 우드그레인을 선택사양으로 돌리던지 이제는 뭔가 다른 소재로 했으면 하는 바람이 굴뚝같은 건 저만의 생각은 아니겠지요..쩝.

 


 

계기판은 산뜻한 디자인으로 바뀌었으며 시인성이 좋지만 개인적으로 붉은 계열을 좋아해서 그런지 블루 톤으로 들어오는 조명칼라는 별루 고급스러워 보이지도 않고 마음에 안 듭니다..쿨럭~


 

엑티브 헤드레스트가 적용된 시트는 끝부분을 다른 칼라로 파이핑 처리를 했는데 전혀 촌스럽지 않고 또 하나의 디테일로서 실내분위기를 조화롭게 잘 연출하고 있습니다.

 

시트포지션은 구형모델보다 조금 높은 듯 하고 시트에 앉아보면 기존의 것보다 약간은 작게 느껴지는지 뭔가 조금 더 감싸는 느낌의 착좌감을 제공하며 맞춤 양복을 입은 듯 제 몸에는 잘 맞네요..

 

구형의 열선 시트는 온도조절이 되지 않아서 때로는 찜질방에 들어앉은 것처럼 너무 뜨겁다는 느낌이 들곤 했는데 2단으로 온도조절이 가능하게 바뀐 점은 다행입니다.

 

 

(지송~ 브로셔 접사임돠...ㅋㅋ)

 

특히, 3 열 시트의 경우는 구형모델처럼 7 인승 모델의 구색 맞추기식이 아니라 어린이나 키가 작은 분이시라면 아쉬운 대로 쓸모 있는 형태로 개선되었습니다. (이 부분은 요즘처럼 아이를 하나 이상 잘 낳지 않는 환경에서 두 가구가 이동할 때, RV 차량으로서 상당히 이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구형의 경우는 반대방향을 보게 되어 있어서 다소 위험하기도 하고, 뒤에서 오는 운전자와 시선을 마주치면 어색하기 짝이 없었는데 말이죠.  간혹 버스나 트럭같은 차와 마주치게 되면 서로 내려보고 꼬라보게 되어서 그 정도가 심했습니다.. (ㅡ,.ㅡ")

 

오후 햇빛에 눈이 부셔 선바이저를 내려보니 슬라이딩으로 되어있는 조그만 창을 개폐하자, 거울이 나오며 천정의 앙증맞은 조명에 불이 들어오는군요.. 구형에도 그러한 기능들이 있었지만 반응이 좋았던 편의장비들을 새롭게 디자인한 점은 깜찍하고 발칙해서 여성분들이 좋아할 것 같습니다.. 선글라스 케이스도 두 개나 있구요..쿠쿠.

 

 

 

중요한 퍼포먼스..

 


 

시동키를 돌리자, 디젤 특유의 소리를 내다가 아이들이 잡히고 나면, 상당한 수준의 정숙성에.. 정말이지 잠깐 당황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아직 골프나 페이튼의 디젤 모델을 타보지 않아서 비교는 못하겠지만 배기량의 증가로 용적이 커져버린 연소실로 인해 ‘떵떵’ 거리는 소리가 더 심해지지 않을까 내심 예상했었는데 말이죠..

 

늘어난 몸무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200 CC 를 늘렸다는 둥, 쌍용의 디젤엔진에 꿀리지 않으려고 급하게 만들었다는 둥의 소문은 그저 소문이었을 뿐.. 오히려 밖에서 들리는 엔진 소리가 더 안정적으로 들립니다.

 

개인적으로 방음에 대해선 관대한 편이지만 진동은 조금 신경이 쓰이는 편인데, 구형모델에서 많이 지적되었던 아이들링시 차체진동과 스티어링 휠의 진동문제도 디젤차량이라고 거의 느낄 수 없을 만큼 개선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더 작고 그립감이 좋은 핸들까지..

 


 



153 마력의 디젤 엔진이 어떤 능력을 보여줄 지 상당히 기대가 되지만 방금 출고된 차라..

조수석에 앉아 계신 영업사원 분께 다소 눈치가 보였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조금 드신 영업사원 분이셔서 그런지 마크 IV,V 시리즈와 그라나다, 피아트 132 로 이어지는 자동차 얘기 보따리에 이미 ‘뻑’ 이 가셔서..음냐~   

 

차가 부서질 정도로 조져도 된다고 오버를 하시더군요..쿠쿠.

 

원래 계획된 코스는 올림픽대로를 타고 봉은사 방향으로 나와서 경기고등학교 방향으로 올라가는.. 그야말로 동네 자전거 한 바퀴 도는 어이없는 행보였지만, 이미 아삼이 맞아버린 영업사원분과 저는 마치 금요일 오후같은 올림픽도로를 벗어나 분당방향으로 차를 돌렸습니다.

 

액셀을 부드럽게 밟으면 이천 알피엠 이하로 주행하면서 상당히 실키하게 드라이빙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만 운전한다면 디젤이라는 것을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로 정숙하고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합니다.

 


 

도로가 조금 트여서 킥다운을 시도하면 그제서야 ‘까르르륵’ 하고 제대로된 디젤 특유의 소음이 나는데, 그 소음이 구형 모델의 것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쏘렌토 쪽에 가까운 소리가 납니다.  그래도 방음이 잘 되어 있어서 그런지 소음이 운전석 쪽으로 바로 들어오지 않고 밖에서 맴도는 듯한 느낌입니다.

 

구형모델도 처음 출발할 때 굼뜨는 것 빼고는 일단 이천 알피엠이 넘어서면 2 리터 배기량의 덩치 큰 디젤모델로서 그다지 불만은 없었습니다.

 

거기에 비해 신형 싼타페는, 초기반응이 굼뜨지는 않은데 차분하게 움직이기 시작해서는 액셀을 더 깊게 밟거나 하지 않는 한 그 느낌으로 계속 진행합니다.

 

이 부분은 TG 를 떠올리게 하는 점인데.. 뭔가 힘 부족을 느끼지 못하게 화끈하게 나가는 디젤 특유의 저속 토크를 강조하기 보다는 고급스럽고 실키한 주행에 초점을 맞춘 듯 싶습니다.  

아! 물론, 연비문제도 엮여 있겠죠..쿠쿠.

 

5 단 기어와의 매칭도 TG 처럼 끈적하게 끝까지 밀어부치는..  느리기는 하지만 속도계 바늘이 어디까지 올라갈까 하는..    왠지 그런 고속주행을 보여줄 것 같은 기대감을 갖게 됩니다.

 


 

영업사원분과 설(說)을 풀다보니 H 매틱을 많이 사용하지는 못했는데..^^ 

기어변속 자체는 구형모델보다 그다지 빠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5단 기어의 장착 때문인지 디젤 특유의 토크곡선에서 오는 변속충격이 별로 없고 알피엠 보상도 부드럽게.. 변속도 부드럽게.. 구렁이 담 넘어가듯 미지근하지만 일반유저들에게 상당히 어필할 수 있는 설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18 인치를 장착했다고는 믿지기 않게 승차감이 좋으며  뭔가 타이트하고 꽉 쪼여진 느낌과 수평을 잘 유지하고 있는 점은 신형 싼타페가 오프로드를 어느 정도 포기하고 도시형 SUV 로 돌아섰다고 보여집니다.

 

구형 모델의 경우, 160 킬로 미터 정도로 달리다가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누군가 패드에 들기름이라도 발라놓은 것처럼 미끄러져서 놀라곤 했는데.. 신형 모델은 디스크와 패드가 어느 정도 길이 난 상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캘리퍼가 디스크를 쥐는 힘 자체는 상당히 세졌다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급브레이크시 노즈다이브 현상이 조금 심한 것은 다소 아쉽네요.. 현대의 최신작인데 말이죠.

 

TG 에서는 노즈다이브 현상은 별로 없는 대신 브레이크 자체가 밀리더니 신형 싼타페는 그 반대군요.. 제동 밸런스라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닌가 봅니다.

 

 

 

 

아쉬운 에필로그..

 

국내 출시용은 디젤 모델 한가지 외에는 없는 모양인데, 람다엔진이 얹혀진 4륜 구동을 기대하셨던 환자 분들에게는 다소 섭섭한 소식입니다..

 

델타엔진 튜닝이 활발해진 지금에 와서는 2,700 CC 4륜 가솔린 모델을 눈에 불을 켜고 찾기도 하는데 말이죠.. 4륜 트윈 터보 장착한다고..쿠쿠.

 

개인적으로는 SUV 차량이나 덩치가 큰 차를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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