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라고 할 것 까진 없어서 그냥 "소감"이라고 적어봅니다..

지난주 금요일, 초등학교 1학년때 짝꿍인 이래 줄곧 친하게 지내 온 녀석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나 새차샀다..!!"

"헉.. 차종이 뭔데??"

"i30 오토 프리미어"

갑작스런 새 차 소식에 놀랐습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부모님이 타시던 뉴그랜져를 물려받아 잘 타고 돌아다니던 녀석이었는데.. 저야 뭐 형편이 도저히 안되어 팔았지만서도, 잘 타고 다니던 차를 놔두고 왠 새차인지...

암튼 녀석을 본지 꽤 되었고, i30 오토도 한 번 타 보고 싶은지라 다시 문자를 보냈습니다..

"님아.. 11시.. 배틀신청!!"

1분도 안 되어 답장이 옵니다..

"수락!!"

연구실 퇴근 후 부랴부랴 제 늙은 애마 엑순이를 몰고 녀석의 아파트 주차장으로 갔습니다.. 은색 i30이 아주 샤방샤방하게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프리미어 그레이드 답게 16인치 휠이 제법 잘 어울리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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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동승석에 앉았습니다.. 어두운색의 가죽시트는 질감이 대형급 못지 않게 매우 우수하고, "세미 버킷"이라 말할 수 있을 만큼 옆을 잘 감싸줍니다.. 그렇다고 압박감이 있는 것은 전혀 아닌지라 버킷에 앉아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도 이질감을 주지는 않을것 같습니다..

요즘 현대-기아차들 타 보면 개인적으로 무슨 미니밴 타는 느낌으로, 시트포지션과 시야가 높은 편인데 i30은 외관에서 보는것 만큼 높지는 않았습니다.. 얼마 전에 Boards 란에서 "캡포워드 디자인의 불편함"을 배지운님께서 말씀하셨던것 같은데, i30의 경우는 일단 개인적으로 시야에 거슬릴 것은 없어 보입니다.. 실내공간 배치도 괜찮고, 전체적으로 첫 탑승시 5초내(?)의 느낌은 아주 무난하고 친근한 느낌입니다..

프리미어 위에는 익스트림이란 최상위 트림이 있으나, 프리미어 정도만 해도 왠만한 옵션들이 다 있습니다.. 계기판 가운데에 있는 세로로 길쭉한 트립 컴퓨터는 아우디나 폭스바겐 차종들을 연상케 합니다.. 센터페시아 위쪽에 자리잡은 오디오는 가운데 액정화면이 상당히 커서 글자도 큼직한 것이 운전하면서 보기에 편할 듯 합니다.. 다만 트립컴퓨터나 오디오나 시계나 전체적으로 밝은 블루톤 바탕인게 밤에 운전할 때는 좀 거슬립니다.. 개인적으로 아우디의 약간 어두운 듯한 붉은 화면들이 더 맘에 듭니다..

버튼류를 한 번 누르면 계속 만지작거리게 됩니다.. 특히 윈도우 스위치가 상당히 맘에 듭니다.. 스트로크가 짧으면서도 재수없게 딱딱 튀기는 느낌이 전혀 없으며, 약간 무게감있고 고급스러운 느낌입니다..

정말이지 현대차의 완성도가 이렇게 뛰어날줄은 몰랐습니다.. 최근에 유럽과 호주 등에서 i30과 씨드가 승전보를 울리고 있는데 그것이 절대로 거품이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이래저래 옵션 하면 새차값 2천만원에 육박하지만, 타보면 정말 아깝지가 않다는 느낌이 들 것 같습니다..

"달라~ 달라~ 돈을더달라~" 하고 목놓아 부르짖으며 차가 좋아졌으니 차값이 비싸졌음을 대변하던 빅마마 부인들의 노래와 임수정군의 썩소는 결코 과장광고가 아님을 달라~이 라마도 인정할 것 같습니다..

일단 동승하고 한적한 밤거리로 나갔습니다.. 적산거리 99km.. 경력은 5년차이지만 아직 차에 대해 잘 모르는 평범한 20대 여성운전자인 녀석에게 제발 1000km까지만 인내하라고 강조합니다..

"이햐~~"

아파트 게이트를 지나자마자 깜짝 놀랐습니다.. 과속 방지턱을 지나는데 상당히 느낌이 좋습니다.. 방지턱 지나는 느낌은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타 본 차들중 가장 훌륭했습니다.. 아주 딱딱하지도 않으면서도 바운싱이 크지 않고 제법 빨리 stable해지는 것이 참으로 기특합니다.. 순정 서스펜션이 아반떼HD보다 약간 더 딱딱하다고 들었는데 정말 약간의 차이인듯 하나 상황에 따라서 느낌이 확 오기도 합니다..

새차라서 예의상 밟아보란 말은 아쉽게도 할 수 없었습니다.. '길들이기만 끝나봐라.. 다른 세계를 보여주지 흐흐' 그러한 이유로 가속감은 느낄 수 없었으나, 의외로 사운드가 괜찮았습니다.. 쎄타, 뮤 엔진류가 상당히 조용하고 부드럽고 재미없길래 감마엔진도 상당히 조용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의외였습니다.. 크지는 않지만 "으오옹~"하는 정도의 소리가 귀를 간지럽힐 정도는 됩니다.. 스포티하진 않아도, 도시형 차종 치고는 꽤 괜찮은 순정음이었습니다.. 음악을 켜지 않았는데도 "달라~ 달라~" 하는 노래가 흥얼거려질 정도로 기분이 좋습니다..^^

"달라?" (어때? 내차 좋지??)

"달라~" (어.. i30이 이정도로 좋을줄은 상상도 못했어..)

"다~알라?" (정말로 그렇게 좋아??)

"달라!!" (구라 아니야!!)

17년지기 막역지우이다 보니 뭐 단어 하나가지고도 대화가 가능합니다..ㅋㅋ 어쨌거나 차 잘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미대를 졸업하고 조각작품을 만드는지라 짐칸이 필요한 친구녀석에게 6:4폴딩시트도 있는 i30은 더없이 잘 어울리는 차인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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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참 마무리가 좋고 유럽차처럼 느낌이 탄탄한 해치백 i30.. 이정도면 일단 "새차" 기준으로는 골프와도 대적하기에 부족함이 없으며, 오히려 가격대비 품질을 생각한다면 앞선 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말로 이 차가 잘 만들어졌는지는 "5년 10만km" 정도는 되어봐야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전에 마스터님께서 투싼인가? 암튼 유럽에서 만난 국산차를 보면서 아직 국산차의 부싱류 등이 탄탄하지가 못하다고 지적하셨던것 기억이 납니다.. 물론 서스펜션이 무르면 그에 맞춰서 하체 부싱류도 약간 부드러운 것을 써야 되기 마련이며, 노면사정에 따라 단단하다고 좋을 것도 없겠습니다..

그러나 겨우 10만km도 못가서 하체가 헐거워 지는 느낌을 준다면 단단하고 부드럽고를 논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에 i30과 씨드 군단의 유럽침공은 이제 시작이라고 여겨집니다.. 아무리 새차 상태에서 좋을지라도 얼마 못 가서 실망을 준다면 유럽 사람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맞출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 5년 후 10만km정도(물론 그 이상) 뛴 2007년식 중고 i30과 골프를 갖다 놓고도 비교해서 손색이 없다면 그제서야 진정한 유럽 전략형 무기로써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쓰다보니 글이 더럽게 길어졌네요.. 수다쟁이같으니..-_-;;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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