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이슈가 나오니 저도 기억이 나서 적어봅니다. 죽으나 깨나 안전운전 저도 강조하고 싶습니다.
2003년도였으니까 벌써 4년도더 훌떡 넘었네요.
지방에서 늦은시간까지 차를 몰고다니는 영업직이었고, 운전경력 몇만도 안된채로 시작한 신참이라 초창기 사고 경험이 많았습니다. S급 사고를 3회 경험했는데 그중 두번째 건이었습니다.

겨울, 도로상태는 살짝 성에가 앉은 길이었는데 육안으로는 그걸 알기 힘든정도였습니다.
논밭 가운데로 난 왕복2차선 농로인데 논밭보다 약 3미터 높게 올라와있는 길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동중 콘트롤을 잃고 휘청하다가 길아래 논으로 떨어져서 X, Y 양축으로 차를 굴려먹었습니다. (세번째 사진이 찻길에서 제 추락지점을 내려보며 찍은 것입니다. 하얀색 조각들이 제차의 파편들)

밤 11시반정도에 산에서 읍으로 나오는 길, 제가 가는 차선엔 차가 많지 않고 건너편 차선엔 늦은 시각 농로치고는 간간히 끊김없는 흐름이었습니다. 규정상 최고속 60인 곳인데 저는 순정차 계기판 70정도로 가고 있었죠. 뒤에서 저와 같은 뉴이엡이 다가오더니 똥침을 놓으며 몇번 하이빔을 켜더군요.

1차선짜리 길인지라 피해줄 곳도 없고, 건너편 차선엔 마땅히 차가 끊기지도 않고... 이건 뭐 피할길없이 "더 속력 내서 가라"는 푸싱 스트레스더군요. 저는 뭐 소신있게 가던 속도대로 무시하며 가고 있었습니다. 제가 뭐 특별히 늦게 가고 있는것도 아니었으니까요. 약 2km정도 그대로 간것 같은데, 뒤에서는 잊을만하면 깐딱깐딱 하이빔 혹은 경적을 울려주시고 있었습니다.

어느 순간, 길이 오른쪽으로 꺾이는 포인트가 다가오는데, 길 오른쪽은 산을 깎아놓은 형국으로 시야가 완벽히 가려 더이상 앞 도로 상황을 파악할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하필 그 포인트에서 건너편 차선이 한가하게 비게 되었죠.

저는 '설마 이런 시야 상황에서 추월하진 않겠지.' 라는 생각을 하는데, 온몸에 소름이 돋더니 옆으로 추월해 나가는 그차의 포스가 느껴졌습니다...

온몸에 털이 쭈뼜 서더군요. 만고가 스쳐가는데, 주로 '저러다가 갑자기 건너차선에 차가 튀어나와 정면 충돌사고가 나면 나도 휘말리는데...' 하는 공포심이 주로 머리속을 꽉채우더군요. 그런 공포에 질려서 '뭐야? 무슨 일이람!'하며 멍해서 오히려 브레이크를 밟을 생각을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정도 타이밍에 살짝 감속만 해줬어도 좀 좋았을텐데..

다행히도 커브가 끝나고 시야가 확보될때까지 건너편 차선에 차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커브에 따른 턴을 가속하면서 추월하던 그 차량... 추월을 다해내기 직전, 살짝 미끄러운 길에 콘트롤을 잃으며 브레이크를 밟더군요. 오노!! 휘청거리면서 순간적으로 제 차쪽으로 측면을 들이대며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운전실력이 미천하던 저는 무척 당황해 필요 이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고, 차는 바로 좌측을 향하며 돌기 시작했습니다. 문제의 앞차와는 충돌을 가까스로 피했지만, 이미 콘트롤을 잃은 타이어... 핸들을 좌 훼리릭 우 패리릭 돌려가며 차가 좌우로 휘청을 두번하고 결국 길 오른쪽으로 떨어진겁니다.

떨어지던 순간, 앞에서 유유히 콘트롤을 찾고 제 갈길을 가는 얄미운 그차가 보이는가 싶더니 공중에 뜬 바퀴가 급상승하는 rpm으로 느껴지면서... 지면과 충돌하는 순간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퍼뜩 섬찟한 생각이 스친건 "차가 폭발할지도 몰라" 싶어서 잘 안열리는 차문을 발로 차고 나왔고 논가 비탈에 걸터 앉아 몸을 더듬거려봤는데 다친곳은 없더군요. 다만 유리파편에 맞았는지 오른눈 옆위쪽 머리카락 시작하는 곳이 1~2센티 찢어져서 영화주인공 같은 피가 흘러내렸습니다. - -;;;;

암튼 안전벨트가 짱입니다. 세번의 사고로 정말 뼈져리게 느끼는 점은 "안전벨트는 필수중에 필필수다"라는 점. 안전벨트 덕분에 안다친것 같았습니다. 바로 다음날부터 렌트카를 빌려 다시 근무를 하고 다녔지요. 가슴에 안전벨트 모양 멍자국을 안고 말입니다.
잠시 사고 현장과 카센터에도 다시 들러 위 사진을 찍어두었습니다.

...

나중에 영업사원 선배님과 이 얘기를 나눴더니 이런 충고를 해주시더군요.

o. 니가 잘못한 것은 애매한 입장을 취했다는 것이다. 60짜리 길에서 그 푸싱 상황에 70으로 간다는건 좀 애매하다. 아예 늦게가서 상대방을 포기하게 하거나 더 추월에 안달나게 해야 한다. 70으로 가면 추월하기도 애매하게 힘들고 상대방은 무시당했다고 느낀다.

o. 시야확보가 안되는 코너에서 어떻게 감히 추월 시도를 하냐고 상대방을 탓하지 마라. 그 사람은 니가 생각하는 수준보다 훨씬 고수일수도 있다. 밤에는 공기중에 해드라이트 존재를 느낄 수 있어서 건너편 차량의 존재를 파악할 수 있고 게다가 그 사람은 콘트롤을 찾았고 너는 못찾았다.

o. 그 커브에서 역시 너는 70으로 가고 있었기에 그런 사고가 난거다. 추운 계절이고 밤이고 전방시야 확보 힘든 곳이면 충분히 감속 운행했어야 한다.

o. 사고가 났으면, 내가 잘못했다는 생각에서 출발해야지 반성과 깨달음도 있고 얻고가는 것도 있다. 지금 니 태도는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원래 후배들에게 강경한 자세로 말을 잘 하는 선배였지만, 당시에 저는 이 얘기 듣고 무척 짜증이 났었습니다. 저는 잘못한게 별로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두가지는 확실이 맞는 사실입니다.
1. 제 운전실력이 미천했습니다. 운전의 배움에는 끝이 없습니다.
2. 제가 더 안전운전을 해서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당시 제 과실의 폭은 더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