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래미랑 5일동안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래봤자 통영 집으로 다녀온 거지만...
통영의 본가엔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지 않아 완전 딴세상이지요. 하루이틀은 인터넷 금단증상 때문에
고생을 좀 합니다만... 암튼 김광삼님의 엔진 블로우도 어젯밤에야 읽었습니다. 덕분에 이런 글을 올려
봅니다.


올라오는 길, 아주 기분나쁜 주행이었습니다. 열시가 넘어 버스 전용차로 이용이 가능하기에 100~

110 사이로 항속 중인데 빠르게 다가오는 차량이 있어 2차선으로 비켜주었습니다. '허'씨 번호판을

붙인 토스카더군요. 바쁘겠지 하면서 저나 그 차량이나 제 갈길을 가고있었습니다. 그러다 딸래미

가 화장실에 가겠다기에 조금만 참으라고 하면서 속도를 올렸습니다. 그래봤자(?) 130 정도?


그렇게 가다보니 앞서가던 토스카가 다시 눈에 들어오더군요. 결국 뒤에 붙었습니다. 다른 차선에

는 차량이 많았지만 토스카 앞은 텅텅 비었고... 본의아니게 똥침 상황이 벌어집니다. 최대한 예의

를 갖춘다고 거리는 두었지만 '쉬'를 외치는 딸래미 덕분에 어쩔 수 없는...


그 순간, 앞의 토스카 조수석에서 담배꽁초가 달아오더군요.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운전석에서도 정확하게 저를 겨냥한 듯 담배꽁초가 날아와 유로의 유리창에 부딛힙니다. 그냥 밖으

로 버리는 것이 아니라 뒷차를 겨냥한-말로 설명하기가 좀 그렇네요- 위로 던져올리듯 던지는 것이

었습니다. 같이 타고 있던 만삭의 여동생이 기가막히다는 표정... 순간 머리통으로 모든 혈액이 집중

되며 거꾸로 돌기 일보직전... 여기에 토스카 운전자는 결정타를 날리내요. 가운데 손가락을 올린 운

전자의 손이 유리창을 통해 기어나오더군요. 뭐하자는 짓인지...


그러나 참았습니다. 만삭의 여동생도 있었고, 세살박이 딸래미도 있는 상황... 순간적으로 열린 2차선

으로 깜빡이를 넣고 3, 4차선을 이용하여 바깥쪽 차선으로 나오고 말았습니다. 마침 나타난 천안 삼거

리 휴게소 이정표를 길잡이삼아 휴게소로 들어섰지요. 동생과 딸래미는 화장실로 향하고 저는 구석에

서 담뱃불을 붙이며 쉼호흡을 합니다.


만약 혼자였으면 어땠을지... 모르긴 몰라도 아마 고속도로를 난장판으로 만들어놓지 않았을까 모르겠

습니다. 과장을 좀 보태자면 정말 '살의'라는 것을 느낄 정도였습니다. 실없는 웃음만 나오더군요. 치고

나가 길을 막고 급브레이크 밟는 정도의 '응징'이라할 수도 없는 치기나 부리고 말았겠지요.


다시 고속도로로 올려선 90~100의 속도로 정속 주행을 했습니다. 3, 4차선만 이용을 하면서... 세상엔 저

처럼 적당한 속도로 달리는 분들도 많더군요. 여유를 갖고 동승자와 즐거운 대화도 나누며... 유로와 나

눴던 즐거운 주행을 마무리 지어야할 것인지 고민이 시작됩니다. 사도마조(김광삼)님 차를 모델삼아 세

상에 등장했던 저의 유로... 이제 어떻게 될지 정말 고민을 해보렵니다. 내릴 것인지 함께 더 갈 것인지..


앞으로 일주일, 정말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결정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지금의

유로와의 기억은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겁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