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 게시판에 정말 오랫만에 글을 써 봅니다.


2012년 2월에 사고로 인해 6년간 탔던 뉴프라이드 해치백 1.6 가솔린 수동을 폐차하고, 3월에 다시 K5 T-GDI를 구입하여 무탈하게 잘 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슬슬 차가 지겨워져서 뭔가 갈증이 생기기 시작할 무렵, 갑작스럽게 지인분께서 차를 팔 생각이 없냐고 물어보시더군요. 당시에는 지인분의 개인사정으로 인해서 거래가 불발되었지만, 얼마 후 결국 지인분께서 차를 데려가셨고, 저도 새로운 차량을 들여오게 되었습니다.


정말 이번 만큼 차를 고르는데 머리 아프게 고민한 적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항상 A 아니면 B 식으로 비교하는게 아니라 단순하게 C를 사야겠다 하고 생각하고 매장가서 바로 계약, 출고 하는 식이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여러가지 차량들을 비교하고 고민했습니다.


그 동안은 꼭 어떤 욕심보다는 그 자체가 즐겁고 재밌어서 튜닝을 해왔고, 와이프나 가족들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보해 주는 것 같았지만, 이번에는 와이프의 생각이 무척이나 강경했습니다. 완벽한 가족용 차량이어야 하고, 나사 한 개라도 순정에서 바꾸거나 추가하지 말라는 오더가 떨어졌습니다. 청천벽력과 같은 오더였지만, 한 편으로는 그 동안 저만 생각하고 만들어 낸 차를 이런저런 불편과 불만을 감수하며 참아줬던 가족들에게 무척 미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고민했던 차량은 1. 신형 카니발 2. 아슬란 3. 그랜저 디젤 이렇게 3개의 차종이었습니다만, 애초 고려대상에도 없었던 차가 갑작스레 후보로 떠올라 바로 결정되었습니다. 그것도 페이스리프트 된 모습을 보고 '얘는 대체 왜 이렇게 못 생겨진거지?' 라고 생각했던 i40, 그것도 늘상 '가솔린 천국 디젤 지옥' 을 좌우명인 것 처럼 외치고 다니던 제가 디젤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정리하자면 더 뉴 i40 웨건 디젤 디스펙 입니다.


지난 달 말에 아슬아슬하게(?) 출고하고, 이제 900km 정도 주행한 아직 따끈한 새 차라서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친해지는 시간을 가지고 있고, 만족하며 잘 타고 있습니다.


그 간 날 바짝 세운 칼처럼 항상 두 손을 3시와 9시에 파지하고, 손가락들은 늘 패들쉬프트에 걸쳐놓고 운전하던 것과 달리 이 차는 왠지 참 느긋해지고, 편안합니다.


아무튼 그간 사회생활 하면서 트럭이나 승합차로 상용 디젤차량들은 상당히 오랫동안 여러가지 차종들을 타왔기 때문에 디젤엔진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편견과 같은 것이 있었는데 그런 면들이 많이 희석이 되긴 하더군요. 물론 냉간시나 저속 주행시, 오르막 구간 등에서는 한계를 느낄 때도 있습니다만,  대체로 디젤이 맞나 할 만큼 아직은 제법 부드럽고 조용합니다.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디젤의 특성상 조금씩 커지긴 하겠죠.


그런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디젤도 연료품질에 따라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K5는 늘 고급휘발유만 넣은데다, 회사 옆에 있는 주유소, 혹은 동네에서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늘 가는 셀프주유소 단 두 곳 외에는 거의 주유를 해 본 적도 없었고, 특히 살고있는 아파트단지 바로 근처에 있는 주유소는 절대로 가지 않는 주유소 였습니다. 그곳은 가격도 터무니없이 비싼데다, 과거에 뉴프라이드를 탈 때 정량과 품질 문제로 제가 두 번이나 신고를 넣었던 주유소이기도 합니다. (뉴프라이드는 수동에 거의 항상 레드존까지 돌리며 타던 차라 휘발유가 이상하면 바로 체감이 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조화인지 하필이면 그 주유소 근처에서 처음으로 주유경고등이 켜졌습니다. 뭔가 기분이 내키지 않았지만 아직 주행가능거리는 충분했지만. 디젤은 다 같을거라 생각하고 들어갔습니다.


주유소로 들어가니 자다가 나온 듯한 표정의 직원이 대뜸 '지금은 할인이나 적립 안되시거든요' 하고 퉁명스럽게 말을 겁니다. 인사나 아니면 어떤 유종을 얼만큼 넣을지 물어보는게 아니라 보자마자 저런 멘트부터 하는게 기분이 영 이상했습니다. 그래도 이왕 들어왔으니 주유나 하자 생각하고 괜찮으니 넣어달라고 했습니다.


그 후 계기판의 트립미터에 찍히는 연비는 계속 9~10km/L 정도. 아직 새차라서 그런가보다 하고 탔습니다.


정작 문제는 제가 출퇴근 할 때 지나는 코스 중 와룡공원 쪽에서 내리막을 타고 내려와서 외교관 사택단지 방향으로 V자 형태를 그리며 급경사를 오르는 구간 이었습니다.


심각하게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로 그 구간에서 오르려고 하면 차가 멍때리며 길을 오르지 못하고 힘들어 하다가 겨우 탄력을 받기 시작해야 오르는 것 입니다. 아무리 차체에 비해 작은 크기라고 놀림을 당하는 1.7 e-VGT 디젤엔진이지만 이렇게 힘이 안 나오는건가? 그래도 제원상이긴 해도 토크는 34.7kg.m 정도 되는데? 심지어 한 번은 뒤에서 바짝 붙어오던 5시리즈에 거의 추돌을 당할 뻔 보면서 식은땀이 흐를 정도 였습니다.


그 후로 그곳을 지날 때 마다 문제가 뭔지 고민하게 되고, 퇴근길에 그곳이 가까워지면 손과 발에 힘은 들어가지만 아직 새 차라서 과감하게 가속페달을 밟기도 애매하고, 그러다가도 뒤에 따라오는 차가 있으면 저도 모르게 거기서는 페달을 결국 깊이 밟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반대편에서 내려와서 좌회전 하는 차가 있으면 기다렸다가 올라가야 하는데 그런 경우에는 상황이 더욱 심각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다시 기름을 넣어야 할 일이 생겼고, 이번에는 가족들을 태운 상황이었지만, 와이프에게 조금 돌아서 가더라도 꼭 전에 가던 주유소를 가야겠다고 하고 원래 다니던 집에서 조금 떨어진 주유소에서 주유를 했습니다.


결과는 당연히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불안에 떨지 않고 그 구간을 통과할 수 있게 되었고, 연비는 13~14km/L 사이가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디젤도 믿을 수 있는 품질의 주유소에 가야 하나봅니다. 애꿎은 엔진 탓을 하며 스트레스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좀 억울한 기분이 들어 간만에 또 그 주유소를 신고해야 하는건가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왜그런지 지난 번 두 번 모두 주유량과 품질 모두 이상 없다는 검사결과를 받았던터라 또 신고해서 뭐하나 싶어지네요.


마지막으로 짧은 시간이나마 저품질의 경유를 넣었던 것으로 인해 제 차에 어떤 안좋은 영향은 없었을지 걱정은 됩니다만, 앞으로 좋은 품질의 연료로 몇 차례 비우고 채우기를 반복하면 괜찮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