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댐퍼가 주는 바운싱 억제 효과는 윗 글에서 설명되었고 그 공기역학적 성능에 대해서는 Ground Effect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바운싱 억제로 인한 프론트 그립 증가에 대한 형평성과 규정 해석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왜 FIA에서 에어로다이내믹이라는 이유를 들어 반응한건지 그 이유는 FIA에서 기존에 금지시켰던 '일정한 차고를 유지하기 위한 기술'들과 비슷한 효과를 준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액티브 서스펜션과 윙카의 사이드 스커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크게 나누어 볼 때, 포뮬러 머신이 얻는 다운포스는 Wing을 이용하여 공기의 저항으로 차체를 누르는 일반적인 방법과 바닥에서 일어나는 Ground Effect, 공기가 좁은 통로를 통과할때 흐름이 더욱 빨라지고 압력이 팽창한다는 이론에 입각하여 머신 바닥의 형상을 이용, 공기의 흐름을 유도하여 공기의 저항(윙)과 무관하게 압력을 이용한 다운포스를 얻어내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윙을 이용한 다운포스는 공기의 저항이 크면 클수록 커지니 저항에 의한 손해가 생기지만 그라운드 이펙트로 인한 다운포스는 공기 저항로 인한 퍼포먼스 영향은 굉장히 적습니다. 윙카 시대때도 그러했고 액티브 서스펜션때도 마찬가지였고, 차량의 바운싱을 억제하는 기술들에 대한 제한. FIA는 왜 이러한 훌륭한 기술들을 금지시키는걸까요? 그 가장 큰 이유는 이러한 기술들이 그라운드 이펙트를 증가시키는데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라운드 이펙트의 위험은 그 높이의 변화(공기 흐름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입니다. 그라운드 이펙트를 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공기의 흐름이 빨라지도록 더욱 더 차고를 낮춰야만 합니다. 또한 흐름의 변화가 적도록 높이를 일정하게 유지하는것이 중요합니다. 70-80년대의 윙카는 사이드 스커트를 이용하여 공기를 극단적으로 차단, 매우 큰 그라운드 이펙트를 얻어내는데 성공했습니다만 그에 대한 대가로 보통의 3-4배에 해당하는 댐핑 강도를 가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매우 낮고 일정하게 유지되는 차고를 바탕으로 생성된 엄청난 그라운드 이펙트로 인해 드라이버가 받는 부담은 굉장히 컸지만 어쨌든 이러한 윙카 머신들은 F1에 데뷔하자마자 압도적인 스피드를 보이며 우승을 거듭했고, 포뮬러 뿐만이 아니라 그룹C와 같은 그 당시 많은 레이스 머신들에게 영향을 끼쳤습니다.

여기서 그라운드 이펙트의 위험성이 드러나게 됩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차량이 갑자기 앞머리를 들며 하늘로 날아가 관중석을 덮쳐 한 메이커를 모터스포츠에서 철수시킨 사건 아실겁니다. 94년 이몰라 세나의 사고에서도 원인에 대해 여러가지 이유가 제시되지만 그 중 하나로 그라운드 이펙트의 급격한 상실을 꼽기도 합니다. 그라운드 이펙트에 너무 의존적인 차량들은 언덕이라던지 언더바디를 통과하는 공기의 흐름이 급격하게 바뀌는 특정한 상황에서 차량을 제어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이에 FIA는 80년대 초반 대대적으로 윙카를 금지시키고 새로 개발되는 기술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선까지는 허용하지만 과도하게 그라운드 이펙트에 의존하는 요소들을 제한하게 됩니다. 현대의 F1 머신은 엄청나게 발전한 공기역학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제한 때문에 윙에 의존하게 되고, 그 마저도 윙의 높이, 거리 제한 등과 같은 요소들로 점점 미캐니컬 그립에 영향을 많이 받게 되고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그라운드 이펙트는 F1 머신의 다운포스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르노의 매스댐퍼는 바운싱을 줄여 프론트 그립을 안정화 시키는 것 외에도 상하로 이동하는 하중을 줄이게 되므로 하부에 유입되는 공기의 시작인 언더 바디의 앞 부분을 안정적으로 유지시켜 줄 수 있고 이는 주행중의 차고를 더욱 안정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장점까지 있습니다.

* 정차시와 드라이빙 시의 차고가 다르기 때문에 현재의 F1에서는 언더바디에 나무판을 달아 경기 후에 그 깎여나간 두께를 측정하여 일정 규정치를 넘어가게 되면 규정 위반으로 처리합니다. 따라서 바운싱이 적어진다면 달릴 때의 차고를 조금이라도 더 낮출 수 있게 되어 더욱 더 많은 그라운드 이펙트를 얻는 것이 가능합니다. 90년대 F1에서 보이던 바닥에서 불꽃튀는 휠투휠이 왜 사라졌나 궁금하신분들 계실텐데, 언더 바디에 나무판이 달려서 그렇습니다. 이젠 톱밥튀는 휠투휠이지요 ^^ 잘 보시면 F1 머신 뒤에서 튀기는 톱밥을 보실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매스댐퍼 금지에는 팀들간의 분쟁과 FIA의 많은 생각이 담겨 있겠지만 에어로다이내믹을 부각시켜 금지시킨건 이러한 '위험요소를 내재한 공기역학'에 대해서는 FIA가 매우 민감하다는것도 하나의 이유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