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운전자와 보행자는 적대적 관계가 아닙니다.
그리고 현재 제도가 운전자 위주로 되어 있다는 것은 큰 오해입니다.
편을 가르고 서로 적대시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은 피해야한다고 봅니다.

저 역시 주말에 애들 데리고 길 건너는 일 많습니다.
뿐만아니라 지하 주차장에서 전면주차 차량이 갑자기 후진할까봐 굉장히 신경 쓰이고 스트레스죠.  ( 지상 주차장이야 차량 앞에 인도로 지나가면 되지만 지하 주차장에선 인도가 따로 없죠. 이러한 안전 문제로 전면주차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글을 예전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

저는 애들에게 횡단보도에서 보행자의 권리 보다는 어떻게 하면 다치지 않고 잘 건너갈 수 있는지 가르칩니다.
보행자가 양보하는 것이 아니라 몰지각한 운전자로부터 나를 지키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횡단보도에서 보행은 당연한 권리이며 보호 받아야하는 것은 맞지만, 만약의 상황이 있으니  다치는 것은 피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 입장에서 애들에게 안전 수칙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너희들 처럼 키가 작은 사람들은 차에서 안 보일 수도 있으니 스스로 조심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가르칩니다.
차 뒤에서 놀지 못하게 하고, 주차장에는 혼자 못 내려가게 하며 지하 주차장 등 인도가 아닌 곳을 다닐 때는 반드시 엄마 아빠 손을 잡고 같이 걸어가게 합니다.
아파트 단지나 지하 주차장에서 애들이 갑자기 뛰쳐나오다가 사고가 나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그런 사고가 나면 누가 잘못했냐는 어떤 면에서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 애들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운전자의 안전 의식을 고양시키는 것도 있습니다만 애들에게  조심하게 하는 방법도 있는 것이고, 이 것은 차량을 운전자, 즉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봅니다.
선진국은 이미 도로의 차를 운전자로 인식하고 있지 않나요? ( 이춘우 님께 질문입니다.^ ^)
그쪽의 글을 읽을 땐 항상 driver라는 표현을 쉽게 접할 수 있고, 사고시엔 운전자와 보행자가 부딪힌 것이 아니라 차량과 보행자가 부딪힌 것이므로 vehicle에 중심을 맞추지만 드라이브 스타일에 따른 운전 문화와 관련해서는 driver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차량과 운전자를 적절히 구분하고 운전의 주체에 해당하는 경우엔 차가 아니라 운전자로 묘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차량이 아니라 사람인 운전자로 인식하면 더 관대해집니다.

서로 너무 믿지 말고, 모르면 일단 조심하고... 이런 습관은 언제나 도움이 됩니다.
그 결과 저희 애들은 자동차를 아주 조심하고 있습니다만,  결코 차량이 나보다 우선하는 권리를 갖고 있다고 인식해서가 아닙니다.
부모된 입장에서 안전한 교통 환경을 바라는 것은 당연합니다.
왜 몰지각한 운전자를 탓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환경하에서 자라는 애들이 측은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설사 좋은 환경이 되더라도 조심할 건 조심해야한다고 봅니다( 그게 원칙이니까요.).

운전자는 무단 횡단하는 보행자를 만나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전체 보행자를 적대시하고, 반대로 횡단보도에서 신호 지키지 않는 운전자를 만났다고 하여 운전자 전체를 싸잡아 적대시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보행자가 되었건 운전자가 되었건 그건 그 행위를 한 당사자를 탓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많다보니 문제가 되고 문화라는 표현을 쓰게 되는 것이지만요.

저 역시 운전자이자 보행자의 입장에서 결코 운전자 쪽을 옹호하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습니다.
다만 상호 배려하는 분위기가 더 바람직하고 선진화된 마음가짐이 아닌가 싶습니다.
( 선진국에서 분위기는 그럴지 모르겠지만 그 곳에서도 보행자가 신호를 지키지 않는 것은 교통법규 위반으로 스티커 발부 대상이겠죠.)

여기서 다시 말씀드리지만 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시민 의식에 대한 강조 만큼이나  잘 짜여진 교통 시스템도 중요합니다.
지키기 쉽고, 지켰을 때 기분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야죠.
그런 시스템 하에서 단속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호마다 서게 만들고 황색신호를 너무 짧게 주면서 운전자에게 무조건 신호를 잘 지킬 것만을 요구할 것이 아닙니다.
현실에 맞게 황색 등화 길이을 늘이고 신호 체계를 상황에 맞게 세부적인 조정을 해야합니다.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는 길에서 왜 신호등마다 서야하고 교차로 통과할 때 마다 신호 바뀔까봐 조마 조마해야합니까.( 차량 속도 문제는 청신호를 주는 연동 타이밍으로 조절이 가능합니다.)
그러다 단속에 걸리면 스티커 받는 것이고.
사방에 무인 카메라에다....
이 문제는 굉장히 심각하고 개선이 시급한데도 관련 기관들은 문제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당국은 스쿨죤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앞으로 노인 보호 구역을 지정한다는양 무슨 대외적으로 보이기 위한 정책만을 내세울 뿐 현재 기반 시스템이 제대로 운용되고 있는지, 얼마나 잘못되었는지엔 관심이 없습니다.
높은 분들은 차 뒷자리에만 타고 다녀서 그런건지...  신호 잘 지키는 운전자라면 문제점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특히 서울이나 일산의 신호체계는 대대적으로 손을 봐야하며 횡단보도에서도 보조 신호등을 의무 설치해서 우회전 하는 운전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아니면 미국처럼 직진 신호시에만 우회전이 가능하도록 바꾸던지요.
( 보행자는 언제나 우회전 차량으로 부터 보호받을 수 있음.)

제 말씀의 요지는 운전자는 보행자 보호를 해야하고,  보행자 역시 자신의 안전을 지키려는 노력을 등한시 해서는 안된다는 극히 원칙적인 내용입니다.
물론 사고시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습니다만 기본 개념으로 보행자가 운전자의 우위에 있거나 우선권을 갖는 것처럼 표현하는 것은 피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말 한 마디가 인식을 바꾸게 됩니다.
보행자가 운전자에 우선이니까... 하면서 무단횡단을 합리화할지도 모르죠.
(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며 애들에게도 그런 모습을 보이는 부모가 있습니다.)
그리고 신호가 점멸할 때 건너기 시작하고서는 신호가 끝난 후에도 걸음을 재촉하지 않고 느릿 느릿 걷는' 신체 건강한' 사람들이 상당히 많아서 우회전하려는 운전자들이 스트레스 받는 때가 많습니다.
과연 보행 신호가 짧아서 그럴까요.
그러다가 우회전하면 다시 오른쪽 횡단보도의 신호에 걸리게 됩니다.
보행자의 권리일까요?
그 것으로 인해 보행자 전체를 탓하지 않습니다.
아니, 애당초 보행자, 운전자 집단이란 따로 존재하지도 않는 것이죠.
그건 그 사람들의 개인적인 소양 문제입니다.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호를 잘 준수합니다.
다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는 것에 문제를 느낍니다.
그런데 그 사람에게 따지면 '차가 먼저냐 사람이 먼저냐'는 말을 합니다.
이건 아니죠.
이건 문화의 선진화가 아닌 것입니다.

말씀 드렸듯,  현재 제도적으로는 선진국 못지 않지만 실제 시행에 있어서는 근처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법만 만들어 놓고 지킬 사람만 알아서 지키라는 것은 너무 무책임합니다.

사실 몰지각한 운전자들은 차에서 내려 보행자가 되더라도 자기 권리(?) 주장하며 무단 횡단을 일삼습니다.
자기 편리만을 추구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에 남에게 피해를 준 자신의 행동에 대해 반성도 없죠.

운전자도 차에서 내리는 순간 보행자요, 보행자 역시 차에 올라 운전대를 잡는 순간 운전자가 되는 것이 아닙니까.
서로 원칙을 지키다보면 자연스럽게 보행자 보호의 문화가 형성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보행신호에도 눈치를 살피면서 건너야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건너기 전에 좌우를 살피는 것은 기본적인 안전 의식입니다.
무엇보다도 보행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일이고요.
운전자의 실수나 만약의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것은 차량을 먼저 배려하자는 것이 아님을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계속 이야기를 이어가면서, 조만간 의견을 정리하여 제도적인 보완과 시스템 정비를 위해 민원을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우리가 이렇게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자정 노력을 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미도 없게 쓴 글이 계속 길어지는군요.
끝까지 읽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