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케텔 하이텔 얘기 회자에서.. 달구지라는 단어와 함께 떠오른 추억.
pctools님의 유머글과 쌍벽을 이루던 "아흔아홉까지 청춘!" 님의 헌차유감...

1편을 올립니다. (백업 시디를 박박 뒤져 나머지 8편도 모두 올릴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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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헌차유감 (1) 탈곡기사건
#6651/7082  보낸이:윤석배  (blue99  )    07/08 08:53  조회:850  1/4

내차는 89년식 르망이다.  사람들이 아무리 후졌다고해도 나는 그소리를 마른하늘
에 갈가마귀 장질부사 걸린소리로 치부했다.  그래도 사람들이 내차를 발가락질하고
마후라구멍에 머리를 디밀고 침을 뱉아도 나는 흔들리지 아니하였네라.  그러나 깊
은 밤이오면 나는 상처받은 가슴을 안고 광활한 르망 트렁크속에서 소리죽여 울면서
한없이 걷곤했다.  나는 내차를 아낀다.  너무 아끼기에 차가 생긴뒤로 한번도 타지
않았다.  어찌 아끼는 차에 처억 걸터앉아 불경스런 엉덩이를 들이댄단 말인가?  하
지만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으면 차가 망가진다고 해서 대머리 얼룩닭도 긴수염
왕가오리도 깊이잠든 새벽 2시경에 홀로 일어나 새뀌줄을 차에 곱게 걸고 나머지 끝
을 내 허리에 묶고 두시간이상 끌면서 운동을 시키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메뚜기가 "굘굘" 울어대던 어느 가을날에 있었던 사건이다.  "탈곡
기 사건"!!!  아아! 어찌 우리 잊으랴 ! 이 아픔을!  그건 내가 처음 이차를 인수받
고-그러나 주위사람은 떠맡았다고 온갖 획책과 난동을 부린다 -첫 운전을 하려고 할
때였다.  구름은 동네공장 굴뚝에서 피어나고 하늘은 누렇고 주위에는  동네 아이들
이 개 때려잡아 죽이기 놀이를 하고 있었을 때였다.  그때 나는 내차 문을 지렛대로
열고 충분한 전력 확보를 위해 전봇대에서 만오천 오백볼트의 전깃줄을 차에 연결하
였다.  물론 바퀴주위의 작은 돌이나 흙은 모두 압축공기로 불어내었다.  나는 흐뭇
한 마음으로 코를 후비며 시동키를 넣고 돌렸다.   쿠아아아으으으아악   시동이 걸
리지 않았다.   시동은 한번에 걸리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고 말한 에이브라함 포드
의 말을 여실히 증명했으므로 나는 기뻤다.  한번더 키를 돌렸다.  (물론 시동키를
돌릴때 누구나 몽키스패너를 사용하므로 나도 예외는 아니다)  크아아아 투덜투덜투
덜탈탈탈탈탈~   역시 부드럽게 걸렸다.  나는 행복한 마음으로 트렁크를 열고 기어
봉을 찾아냈다.  기어를 넣기 위해서.   그러나 !  여기서 나는 정말 추악한 인간의
단편을 보고야 말았다.  갑자기 사람들이 뭔가를 한다발씩 들고오는 것이었다.   그
러더니 줄을 질서정연하게 섰다.  나는 왼쪽눈을 초당 40번의 속도로 떨었다. (물론
눈꺼풀이 lock 되지 않도록)  그리곤 물었다.  뭐죠? .  그들이 이구동성으로  대답
했다.   워쩐댜. 벼를 요로코롬 많이 가지고 왔는디.  징허게 지다려하 하는 갑다.
뭐요? 벼라구요!  이게 탈곡기 아닌감?  그 이후로 동네에서는 더이상 탈곡기소리를
들을수 없었다.

어쨋거나 나는 그이후로 딱 두번 차를 몰고 시내를 나갔는데 그때마다 연비향상을
위해  출력과 관계없는 엔진같은 부품은 트렁크에 싣고 다녔다.  오늘도 여름바람에
휘발유향기 흩날리는데 나는 하늘이 부끄러워 한점 우러름이 없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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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의 마지막화였던... "헌차의 법칙"이 정말 한구절한구절 왈라방 감동이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