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신 글을 보니 오래 전에 직접 목격했던 일화가 생각이 나서 몇 자 적습니다.

아마 차를 유지하시는 분들 중 주차 문제와 연관된 스트레스는 어느정도 같이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다들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그 문제의 본질과 형식 또는 내용이 다를 뿐이지 공감하는 부분도 상식적으로 많이

있을듯 하구요.


제 경우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공동주택에서는 살아본 경험이 없어

지금도 단독주택에 살고 있습니다.

럭셔리한 단독주택 단지일 경우 주차 문제와 관련하여 큰 부담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제게 가장 큰 주차 문제는 여전히 골목길 주차입니다.

다행히(?) 차고가 있기 때문에 골목길을 공유하는 다른 분들 보다 덜 고민되는 부분도

있지만 역시 공공의 도로인 골목길을 여러 사람이 주차 또는 통행을 위해 공동 점유

비슷한 상태를 유지하다 보니 잡음이 늘상 있기 마련입니다.

그 정도가 경중에 따라 살인을 불러올 정도로 (신문 지상에 가끔 토픽으로 나오는 내용이죠)

심각할 수 있는 골목길 주차 문제.


대략 6~7년전 이야기가 될 듯 합니다.

퇴근 후 차를 차고에 넣기 위해 집 앞 골목길로 접어들었는데, 항상 자신의 집 앞에

차를 세워두시는 뒷 집 아저씨의 차량 분위기가 영~ 이상하더군요.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지만 무언가 다른 느낌.

이상한 생각에 차를 세워두고 가까이 가서 보니 ... 참 가관이더군요.

제가 본 차량 테러 중 정말 심한 케이스였습니다.

차량의 상단 부분 (보닛, 루프, 트렁크)은 모두 선명한 신발 자욱에 모자이크가 되어

있었고, 유리는 절반 정도가 이미 박살난 상태.

게다가 꽤 큰 돌 같은 것으로 여기저기를 난타당해서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습니다.

얼마나 힘이 센 사람이 테러를 했는지 앞창 와이퍼가 마치 꽈배기처럼 돌돌 말려있었다면

믿으실까요.


그 야밤의 아연실색한 상황에 약간의 정신적 쇼크를 받고

다음 날 사건의 전모를 어머니를 통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보통 골목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입소문은 광케이블보다 빠른 편이죠. ^^;)


사건의 요지는 항상 자신의 차를 자신의 집 앞에 (정확히는 집의 담에 붙여서 세우는 것이죠)

세우던 뒷집 아저씨에게 감히(?) 도전을 한 새로 이사온 건너편 집 아저씨가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새로 전입한 분은 뒷집에서 묵시적으로 자신의 공간이라 주장하던 부분에 차를 세웠고,

그로 인한 말싸움이 발생한 후 뒷집 아저씨가 아마도 해당 상대 차량에 가해를 일부 했었던

것 같습니다.

이에 격분한 새로 전입한 건너편 집에서 가공할 만한 복수혈전을 펼친것이죠.



여기에서 키워드는 사실 후자의 차량 테러와 관련한 것이 아닙니다.

(당연히 처벌받아 마땅한 사건임에는 틀림없겠구요. -.-)

"골목길"과 그 길을 점유하는 주차 공간에 관한 것이죠.


사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집 앞 골목길을 자신의 땅 내지는 자신만이 차지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혹은 그럴 것이다 라고 작위적으로 자신에게 믿음을 주는 ...)

법적으로 뒷집 아저씨의 주택이 들어서 있는 필지는 분명 소유권이 집 주인에게 있지만,

골목길은 지적상 보통 "구거"에 속하고 국가의 소유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게다가 6m 미만 골목길의 대부분은 소방도로로서 비워두어야 할 성격이 많고,

- 일반적으로 6m 내외 도로에서 차량 통행을 가능하게 하는 경우 보통 거주자 우선 주차

구획을 주고 나머지 가용 너비를 통행을 위해 주고 있는 실정이죠 -

길 양 옆으로 노란 선이 그어지지 않았더라도 통행에 어려움을 준다면 실직적으로는

불법 주차로 간주해야 할 겁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차량 통행이 빈번하지 않고, 다른 차량의 통행 자체를 막지 않을 경우

또한 묵시적인 합법(?) 주차의 형태로 이용되는 곳이죠.


때문에 막무가내 식으로 집 앞에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지장물을 설치해두고

전용 주차장 처럼 쓰는 분들을 보면 측은할 정도입니다.

(쇠사슬 이런 것들은 기본이고, 어떤 분들은 아예 조적조로 약간의 턱을 만들어 놓고

각목 등으로 차단기 비슷하게 만들어 쓰는 분도 있으시더군요.)


제 경우 차고에 주차를 얌전하게 해 두면 자주 차고 앞을 가로막고 주차하시는 분들을

많이 보기 때문에 차고 문에 안내판을 하나 붙여두고 있습니다.

"급하게 차를 세우실 경우가 있으시면 꼭 연락처를 명기해두시길 바랍니다. ^^"

제가 도덕적으로 군자여서 혹은 인내심 또는 배려감이 좋아서라기 보다는

골목길 문화를 오래 느껴왔던 일종의 "함께 살기"의 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차고 앞에 연락처도 없이 차를 세워두시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점입니다.

최장 2일 동안 그렇게 방치해두신 경우도 있었습니다.

골목길이라도 타 차량의 통행에 방해를 줄 경우 경찰서에 신고하면, 번호판 차적 조회를

통해 차주의 연락처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2일 방치 건은 연락처도 유효하지 않았던 케이스라 고스란히 이틀동안 급한 볼일에도

차를 사용하지 못했었죠.

나중에 차주가 왔는데 참 가관이었습니다.

인내심의 한계를 넘어선 상황에 정말 김이 모락모락 하는데 ...

내가 뭘 잘못했냐는 식으로 말씀하시던 그 아주머니 ...

뭘 그렇게 화를 내죠?? 라고 반문하던 뻔뻔함 ...


아마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들도 많으실 듯 하고,

문제의 소용돌이에 항상 얽매여 있는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곰곰 생각해봐도 거시적으로 혹은 대다수의 합의 아래 광범위한 실천 문제가 뒤따르지

않는 이상 손바닥 뒤집듯 쉽지 않은 문제.

(어차피 확실한 해결의 시스템이 구현되지 않으리라는 판단이 앞서기 때문에 ..)


그저 주차 스트레스에서 회피하는 것이 유일한 작금의 방안이라면

대중교통 이외에는 특별한 대안이 없는 것일까 .. 하고 자조적으로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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