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자동변속기 차를 몰 때나 수동 변속기 차를 몰 때나, 왜 저단에서 엔진브레이크가 더 강한지 늘 의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이해하기로는, "저단 가속시에는, 엔진에서 바퀴쪽으로 힘이 전달되면서, 훨씬 강한 힘(토크)을 낼 수 있다. 그러면 저단 엔진브레이크 상황에서는, 바퀴에서 엔진쪽으로 훨씬 강한 힘이 가해진다. 이게 강한 엔진브레이크."


이렇게 이해했습니다. 단순히, 뉴턴3법칙, 즉 "작용-반작용 법칙" 으로 이해한 것이죠.


그런데 왠지 이 설명만으로는 뭔가 뒤가 캥기는 것이 있었습니다. 물리 현상이 꼭 대칭이라는 법도 없고, 뭔가 설명이 더 필요해보였습니다. 


그리하여, 결국 다음의 설명을 찾았습니다. 이는, 저단에서 왜 더 강한 토크를 바퀴에 전달할 수 있는지부터 보이게 됩니다. 



편의상 엔진과 바퀴를 저 톱니바퀴 두개로 나타내겠습니다. E는 엔진, W는 바퀴를 뜻합니다. 저단으로 갈 수록, W의 직경이 커지게 됩니다. 


에너지 보존 법칙에 따라, 엔진에서 생성된 일률(power=work/time)은 바퀴에서 소모되게 됩니다. 엔진 rpm을 Omega_E라 하면, 일률은, Tau*Omega (토크에 각속도 곱한 값)이니까,


Tau_E*Omega_E = Tau_W*Omega_W가 됩니다. 여기서 W의 직경이 E보다 크니까, 회전수는 바퀴쪽이 더 적습니다. 따라서

Tau_E < Tau_W


W의 직경이 커지면 커질 수록, (동일한 E의 회전수에 대해) W의 회전수는 적어지게 되니, 위 공식에 따라 Tau_W은 커지게 됩니다. 이것이 저단에서 훨씬 높은 토크가 바퀴에 전달되는 원리입니다.


그러면 이제 엔진브레이크의 상황입니다. 이번에는 바퀴의 회전에너지가 엔진으로 전달되는 상황입니다.  상황을 공평하게 비교하기 위해, 자동차가 가령 시속 50km/h로 달리고 있는 경우, 엔진 브레이크를 2단으로 거는 경우와 5단으로 거는 경우를 비교해보겠습니다. 


(역시 에너지 보존 법칙에 의해) 위 공식으로 그대로 다시 쓸 수 있습니다.

Tau_E*Omega_E = Tau_W*Omega_W

따라서

Tau_W = Tau_E*Omega_E/(Omega_W)


여기서 두 상황 모두 바퀴의 속도는 같으므로, Omega_W는 불변하는 값입니다. 그런데 2단 기어의 경우 엔진 회전수가 5단 기어의 경우보다 훨씬 높습니다. Tau_E (이것은 엔진에 걸리는 토크. 더 이상 연료점화가 일어나지 않는 상황이라 Tau_E는 이제 순전히 엔진내부 마찰력에서 생성) 의 값이 같다고 하면*, Omega_E의 값이 훨씬 큰 2단 기어 쪽이 Tau_W가 훨씬 큽니다. 이것이 바퀴에 걸리는 토크, 즉 엔진브레이크 입니다. 


(*Tau_E자체는 엔진 내부 마찰력에서만 형성되고, 일단 운동마찰력이라 엔진 회전수가 높아진다고 딱히 Tau_E값이 변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Tau_E도 불변량으로 보았습니다.)


이 모든 현상은 모두 마찰력에서 비롯되는 이야기입니다. 만약 엔진내부의 마찰력을 0으로 둘 수 있다면, 그리고 바퀴와 지면의 구름 저항도 0으로 두고, 공기저항도 0으로 둘 수 있다면, 기어가 2단이든 5단이든 자동차는 영원히 굴러갈 것입니다.